[지식의 시추선]

"보글보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국. 효심 깊은 연희는 부모님께 국을 끓여드리겠다며 국 한 그릇씩 넉넉히 담는다. 미리 차려놓은 수저와 젓가락 오른편에 조심스레 국그릇을 놓는데… 엥? 식탁이 기울어진 건가? 식탁에 물기가 있어서 그런가? 보기 좋게 쭉~ 미끄러지는 국그릇. 은반 위의 요정이 따로 없네. 아무리 제자리에 턱, 갖다 놓아도 이내 미끄러진다. 왜 이럴까?

한번쯤은 모두가 경험했을 법한 현상. 이 현상의 주범은 바로 '마찰력'이다. 마찰력이란 마찰할 때 생기는 두 물체 사이의 저항력 또는 두 물체가 접촉하여 운동할 때 그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의미한다. 마찰력은 일종의 용접과 같은 것이라서 마찰력이 있어야 물체들이 제 위치에 고정될 수 있다.

바로 이 마찰력이 감소했기 때문에 국그릇이 움직인 것이다. 국그릇과 식탁 사이의 마찰력이 감소했기 때문에 약한 힘으로도 그릇이 밀릴 수 있다. 따라서 식탁 위에 고정돼 있지 못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

그렇다면 무엇이 마찰력이 줄어들게 한 걸까? 마찰력의 크기는 물체를 위에서 수직으로 누르는 힘(수직항력)에 비례한다. 뜨거운 국물을 담은 국그릇은 국물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주위의 공기를 데운다. 국그릇은 대게 그릇 밑면에 움푹 파여진 부분이 있고, 이 부분에 있는 공기 역시 데워지게 된다. 공기는 뜨거워지면 그 부피가 커지는데, 사방이 막혀 있는 곳의 공기 부피가 팽창한 만큼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려고 한다. 이 배출하려는 힘은 국그릇을 들어 올리게 된다. 즉, 그릇 아랫부분의 공기가 데워짐으로 인해 팽창하고 이 팽창으로 인해 그릇들이 위로 들리고 그릇이 들림으로 인해 그릇을 식탁에 붙여놓던 수직항력이 줄어들어 마찰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아하! 그랬던거구나!" 윙크하는 연희, 작은 받침대를 가져와 국그릇을 받친다. 덕분에 안 미끄러지고 부모님께 맛난 된장국을 선보였다는 놀랍고도 신기한 연희네 저녁식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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