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문과라서 관심 없어”, “이과니까 이런 건 몰라도 돼.” 우리가 고2 때부터 문, 이과로 칼질된 사회에서 툭하면 내뱉었던 말들이라 생각된다. 기자도 문과생인 탓에 수학과 과학에는 관심이 없었고, 철저한 문과생으로 토닥였다. 이과였던 학생들도 대체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문, 이과의 구분이 사회를 이등분해 바라보게 한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점이 많다.

이러한 학문의 한계를 벗어나자는 시대적 요청의 일환으로 최근 ‘학문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자는 이벤트에 당첨된 친구 덕으로 신작 『열하광인』을 출간한 ‘김탁환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이날 김탁환 작가와의 질문 과정에서 접한 생소한 연구분야는 바로 ‘디지털’과 ‘이야기’를 융합한 ‘디지털스토리텔링’이었다.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김탁환 작가. 문인이 카이스트 교수라는 사실에 의문이 난 독자들은 디지털스토리텔링이 뭔지 궁금해 했다. 그는 디지털스토리텔링에 대해 “아날로그적으로만 접근했던 이야기를 디지털 매체를 통해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학문을 융합해 연구를 하고 있는 김탁환 작가는 카이스트에 재직하면서 공학도들을 많이 만나 예전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학문을 접하게 되면 지금보다 두 배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김탁환 작가는 “인문학적 소양만 갖춘 학생들이 자연과학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연구분야의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이라도 가지 않은 학문의 길을 접해보고 ‘전형적 문과대생, 공대생’이 아닌, ‘가지 않은 길’의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처럼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라고 말할 수 있는 멀티가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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