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행정관 앞의 삭막한 잔디밭. 죽은 공간이 아닌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세종문화회관과 비교된다 © 이유나 기자
'문화생활'이란 문화가치의 실현에 노력하여 문화 산물을 음미하고 즐기는 생활이라고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대학생들은 문화 산물을 얼마나 '음미하고 즐기고' 있는가? 이런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현재 대학 내의 문화생활이라고 할 만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 미술관 앞 공터에서 햇볕을 쬐는 조형물 © 양태훈 기자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표면적 이유는 학내환경이 삭막하다는 점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우리대학과 비슷한 면적의 잔디밭을 보유하고 있지만, 잔디밭을 죽은 공간이 아닌 조형물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경희대와 홍익대 역시 비슷한 시도로 우리대학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홍익대 대강당에서 열린 건축공학부 졸업작품전 © 유현제 기자
▲홍익대 미술대학 전시회에 출품된 2학년 작품 © 유현제 기자
또 다른 이유는 문화인프라가 타 대학에 비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학우들은 말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정통대의 한 학우는 "학교가 돈을 문화인프라에 쓰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덧붙여 "문화를 즐길만한 공간 역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함께 숨쉬는 세종문화회관 앞 잔디밭. 나들이 나온 가족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유나 기자
이 학우의 말처럼 문화생활이라는 것을 즐기거나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서울대학교는 학내에 미술관과 박물관 등을 보유하고 있어, 서울대생과 관악구민에게는 무료로 입장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박물관은 다양한 유물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대생에게는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또 경희대학교도 중앙박물관 전시물들을 상시적으로 교체해 학우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우리 대학의 상허박물관이 대부분의 학우들에게 외면당하는 것과 비교해봤을 때 매우 대조적이다.

▲아이의 시선을 잡은 우주탐사회 전시전. 전시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다 © 이현자 기자
대강당 등의 큰 공간을 단순히 학교의 대외행사용으로 대부분 사용하는 우리대학. 다른 대학들은 어떤가? 다른 대학들은 주요 시설들을 학생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홍익대학교에서는 건축공학부와 미술대학의 졸업작품전을 대강당에서 크게 여는 등의 행사가 잦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대강당이란 장소의 접근성 덕분에 많은 학우들이 참여했다. 우리대학에서도 건축대학과 예술문화대학 등에서는 다양한 졸업작품전 등이 열리고 있으나, 규모가 작고 장소가 협소해 해당 학과 관계자들만이 참여하는 '그들만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안정인(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학ㆍ3휴) 군은 "예문대 등의 졸업작품전이나 과제전 등을 일반 학우들이 보기 쉽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문화행사가 서울대 캠퍼스를 꾸미고 있다 © 양태훈 기자
우리대학의 문화인프라를 보강하여 학우들의 문화적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대학본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학내의 빈 곳들을 벽화나 조형물 전시 등으로 채우거나, 미술관이나 공연장 등을 짓고, 상허박물관을 확충해 학우들에게 개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학우들의 창작물이나 졸업작품 등을 접근성 좋은 곳에 전시해 다양한 학우들에게 알려 문화적 풍토를 조성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 
▲서울대 미술관 전시물.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다 © 양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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