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달력을 교체했다! 2008년 새해가 밝은 것이다. 이맘때면 신년 계획을 세우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신년초의 분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은 점(占)집이 아닐까 싶다.

한 조사에 의하면 국내 ‘점 산업’의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국내 영화 산업 규모를 능가하는 수치다. 요즘은 골방에만 앉아 펜을 굴리는 시대도 지났다. 점술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200여개에 이르고 10여개의 대학에는 역술과가 생기기도 했다. 많은 대학생들도 앞날의 일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점집을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한다. 실제로 대학가에는 한 끼 식사 값으로 찾아갈 수 있는 점집이 많다. 우리대학 능동로에 있는 'ㅅ' 사주카페 마스터 조민교 씨의 말에 따르면,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특히, 대학가 주변이라 그런지 여대생이 많다"며 "이들은 주로 진로와 애정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고 그 외에 직장여성, 아주머니들도 운세를 보러 온다"고 전했다. 이처럼 규모가 커진 점 산업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 것은 어떠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까?

‘ㅅ’상담심리연구소 이홍숙 교사는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자기 확신이 적어 매사 자기 스스로 선택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 결과를 토대로 선택을 해 자신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타인 즉, 점집 역술가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특히 대학생들은 여러 가지 진로가 가능한 반면, 진로선택권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완전히 맡겨진 상태이기에 불안이 가중된 것”이라며 “그 밖에 집안 분위기나 어릴 적부터 겪어온 경험에 의해 점집을 즐겨 찾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점을 즐겨 보기만 할 뿐 정작 점을 본 결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잊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조민교 씨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나 본인의 성격이 점집 역술가들의 말과 잘  맞는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사이에서는 이 경우 ‘역술가가 작두를 탄다’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 '바넘효과'에 의한 결과에 가깝다. '바넘효과'란 역술가들이 개인의 사주와 궁금증에 대해 애매모호한 대답을 주지만,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은 그 점괘를 자신의 상황과 일치시키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운을 바탕으로 100% 맹신하는 것은 위험한 태도다. 강남역 7번 출구에 있는 한 점집의 역술가는 "사주는 어디까지나 그 사람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할 뿐"이라며 "운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므로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주는 삶의 맥락만 잡을 뿐 그 사람 인생을 세세하게 꿰뚫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자신의 인생을 통계학적으로 추측하는 수단일 뿐이다. 조민교 씨는 "대한민국에서 동일한 연월일시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사주가 같아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다 똑같은 건 아니잖아요"라고 반문하며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편하게 사주를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홍숙 교사는 특히 대학생들에게 “미래를 선택하는 조언수단으로 생산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점을 본 결과는 과정 없이 결과만을 얘기한 표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사주를 들은 후 결과를 맹신해서 낙심하거나 자만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사주 결과를 바탕으로 장점은 극대화하되,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점을 이용한다면 성공적인 삶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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