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사진 부문 심사평

사람들이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것은 사진에 뭘 담아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그저 멋진 사진,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잘 되기가 힘들다.
학교에서 백일장을 하더라도 ‘가을’이든 ‘단풍’이든 어떤 식의 제목이 주어지기 마련이다. 학생들은 그 제목을 재료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진을 찍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 사진은 글과 다르다. 글쓰기는 어떤 재료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을 종이 혹은 컴퓨터에 문자라는 대체수단을 통해 묘사해나가는 과정이지만 사진 찍기는 그 재료를 직접 보면서 카메라의 프레임에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란 점에서 글의 속성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사회의 모순’이란 주제가 주어졌고 그 주제에 대한 사진들을 찍고 작가의 작업의도나 사진설명을 곁들여야했다. 우선 분명히 해 둘 것은 건대문화상의 사진부문에 대한 응모란 점이다. 시나 수필 혹은 소설이 아니다. 몇 참가 작품은 이 점에서 맥락을 놓치고 있다. ‘우리사회의 모순’ 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조리 있게 글로 제시하고 있지만 막상 사진은 자신의 글에 대한 보조수단이나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사진부문에 대한 응모라 할 수 없는데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결과로 보인다.

 사진에 비해 글의 분량이 많다거나 지나치게 논리적이라서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논문처럼 기술해도 상관없다. 사진으로 주제를 해석하고 글로 보완하거나 설명하여야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몇 작품은 기준치에 미달했다.

 이번 문화상 사진부문은 여러 장의 사진을 제출하게 되어있다. 모든 참가자들이 한 사람당 최소 3장부터 많게는 11장까지 출품했다. 이것은 사진을 제출한 사람들이 한 묶음의 사진들을 통해 어떤 유기적 구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므로 그 연관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관점이었다.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으로 사진을 찍을 땐 다양한 방식이 있고 이번 공모전엔 특정 방식을 규정짓지 않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사진을 꾸릴 수 있었다. 우리사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사안은 많다. 그 중 하나를 골라 포토스토리를 만들어도 될 것이고 여러 다양한 모순상을 하나씩 골라 화보처럼 꾸며도 될 일이다. 또한 사회를 보는 몇 가지 관점을 부여하고 관점끼리 모순이 되게끔 사진을 찍어도 된다. 이런 점에서 몇 참가 작품들은 겹치거나 전혀 연결되지 않는 사진을 출품하는 등 기준치에 미달했다. 또한 몇 사진은 지나치게 자의적이었다. 탈락한 한 참가자의 경우 전체 사진의 연결과 구성은 다른 참가자들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순’이 보여주는 사회상의 한 단면이 아니라 ‘모순’ 자체의 개념적 정의를 여러 장의 사진으로 해석해나갔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한 사안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좋은 방식이다. 그러나 전체 사진들을 쭉 나열해놓고 읽어보니 떠오르는 것은 ‘우리사회의 모순’ 이 아니라 ‘모순’ 이란 단어의 사전적 해석에 지나지 않았다. 아쉬웠다.

 주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 심사평을 하는 내가 찍으러 나선다고 해도 단시간엔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아마추어가 분명한 참가자들로선 대단히 난감했을 것을 이해한다. 그러므로 어려움 속에서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한 최봉규의 사진(현대사회의 익명성 등 3개 테마)은 당선작으로 뽑혀 마땅하다. 
 주어진 주제에 걸맞은 사안들을 골랐고 선택한 재료(사안)를 사진으로 해석해내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장점이 돋보였다. 익명성, 고령화문제, 님비현상 등 세 가지 테마가 모두 우리사회의 모순을 잘 드러내는 사안이다.
 ‘익명성’의 경우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여러 장을 출품하면서 겹친 것은 약점이지만 기술적인 우위보다는 역시 주제를 사진으로 고민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자랑거리다. 여러 가지 당부할 말이 있지만 짧게 줄인다. 너무 거칠기 때문에 많이 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물 접근을 불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뒷모습이 지나치게 많았다. 개선해나가야 한다.  

 주제를 갖고 사진작업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참가자들을 포함해 앞으로도 사진을 찍게 될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싶다.
 “자신이 찍는 사진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생각하라”

 

곽윤섭(한겨레신문 기자/사진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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