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시ㆍ시조 부문 심사평

 

 시의 특성 중의 하나가 무시간성이다. 이때 무시간성은 순간성과 직접성을 의미한다. 사물과 상황의 순간적 파악, 시인 자신의 직관과 순간적 감정의 현현이 시의 특성을 이룬다. 그런 점에서 시는 일종의 독백적 표현이다. 시는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자기표현으로서 주관적 경험과 내적 세계를 드러낸다. 이를 일러 거리의 서정적 결핍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결핍은 세계의 자아화로 연결된다.
 이러한 시의 특성으로 인해 자칫 창작상의 오류를 빚게 된다. 그것이 관념의 직관화와 감정의 직술화(直述化)이다. 주관적 경험과 내적 세계의 구현이라는 시의 특질을 오직 관념과 감정의 단순표출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내적 세계의 구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상화의 과정과 지적 절제의 통로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응시한 시들은 이러한 내적 통로를 거치지지 않은 것이 많았다. 좀더 시창작의 원칙에 충실한 훈련과 습작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마중>(응모작 6)과, <저녁식사>(응모작1), <풍란>(응모작9)은 이러한 시작의 원칙을 충실히 지킨 수작으로 평가된다. 시어의 선택과 운용, 형상화의 능력 등에서 여타 응모작들에 비해 출중한 느낌을 준다. <마중>과 <저녁식사>는 인간의 만남과 인연이라는 존재론적 근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시창작의 원칙에 좀더 충실한 것은 <마중>으로 보인다. <마중>은 만남과 이별, 그 인간존재의 인연의 끈을 나뭇잎과 나뭇가지, 그리고 나무옹이로 전이시키며 외연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리하여 공감의 자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저녁식사>도 이러한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만 아직 곳곳에 관념의 덩어리가 남아 있다. <풍란>은 뜻밖에 시조 장르여서 반가움이 컸다. 대체로 시 쪽에 편향된 것이 그간의 일반적 응모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적 완성도도 뛰어나 가능성의 전망을 밝게 해주었다. 언어의 조탁과 운용미, 의미와 율격의 조화 등이 돋보이지만 이미지 상호간의 긴밀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이러한 판단 아래 <마중>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자의 꾸준한 정진을 빈다.

            김영철(문학평론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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