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당선작 - 소설부문

  “그 사람과 같이 만든 아이야.”
  언니는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를 가르켰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귀엽고 예쁘기도 한데, 또 그 사람 아이라는 걸 생각하면 미칠 것 같기도 해. 언젠가는 저 아이가 자라서 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겠지? 그러면 내가 그걸 참을 수 있을까?”
  언니는 초점 없는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넌 아직 혼인하지 않았니?”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상해, 예전에 저 아이를 가졌을 땐 참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었는데. 왜 그럴까 지금은 잘 모르겠어. 그때는 나도 책임감이란게 있었는데 말이야. 모성애랄지, 어머니로서의 책임이랄까.”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이라. 언니는 사랑하는 건지 증오하는 건지 모를 눈빛으로 아이를 보며 말을 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비록 아이는 키워보지 않았지만 언니가 말한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건 내 어머니가 보여주셨으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집안을 맡게 되었을 때 그녀는 너무도 지쳐보였다. 비단 집안을 책임져야할 가장으로서의 의무만이 아니라 그 긴 시간 동안 아버지만을 바라보고 돌보았던 자신의 노력이 허무하게 끝났음을 잠정적으로 깨달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가꾸지도 않았고, 내 머리를 고운 빗으로 쓸어주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더 이상 자신을 한 명의 여인으로서 정의할 마음이 없으셨던 것 같다. 대신 그 자리를 가장으로서의 어머니가 대신 했다. 비록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좋은 남편이나, 나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세를 안정시킬만한 능력은 충분한 분이었다. 때문에 집안일의 대부분은 생전의 아버지에게 의지했던 부분이 많았으며, 아버지가 쇠약해지시면서 점차 가세도 기울어가기 시작했었다. 아버지 쪽 가문의 어른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우리 쪽 집안에 관심을 끊었으며, 어머니 쪽 집안 역시 도움을 주길 꺼려했다. 어머니는 이런 상황에서 집안의 가장이라는 역할을 맡아야 했기 때문에 그 중압감과 부담감에 짓눌려 계셨다. 때문에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그늘이 떠날 줄을 몰랐다.
  이때 언니는 우리 모녀에게 상당히 붕 뜬 존재가 되어버렸다. 표면적으로는 어머니와 언니는 피가 이어지지 않은 모녀 사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쉬쉬했지만 그 두 사람 사이에 아버지가 끼어있었음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딸인 언니에게 여성 특유의 질투심을 내비쳤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가 언니를 보는 시선이 부드러울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언니와 아무런 혈연적인 인연이 없는 어머니와는 다르게 나는 그녀와 같은 아버지의 피와 살을 물려받았다는 부정할 수 없는 인연이 존재한다. 어머니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언니를 내쫒거나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가 언니를 대하는 태도는 자신보다 어린 연적에게 반응하는 것과 비슷했다. 어머니는 분명 아름답고 고운 사람이었지만 언니보다 나이가 들었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자격지심을 가지시는 듯 했다. 어린 딸이라는 이름의 연적을 향한 그 어두운 감정을 감추고 사셔야 하는, 남들은 이해 못할 내 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언니는 외모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분명 무엇인가 특별한 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천성적으로 빛나는 존재였다. 그녀가 빛난다는 뜻은 비단 언니의 외모적인 측면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재주를 타고 난 것 같았다. 아버지가 그녀를 사랑한 것 외에도 집안의 모든 이들 역시 언니에게 애정과 관심을 주기에 바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이용해야 자신에게 유리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항상 밝게 웃을 수 있었으며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내 어머니의 경우는 예외였지만 말이다.
  언니가 밝게 웃으면 웃을수록,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어머니의 자격지심은 더욱 커져가는 것 같았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언니에 대해 어머니가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 결합하여 어머니는 그녀에게 유치한 심술을 부리곤 했다. 내 입장에서 어머니의 행동은 정말로 소녀적인, 나이 어린 연적에 대한 심술과 장난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제를 가속화 시킨 것은 어머니의 심술에 대한 언니의 태도였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나 넓은 밭의 김을 혼자 메는 것은 상식적으로 결코 어린 여자가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이다. 어머니는 이런 심술을 통해 잠정적으로 자신과 대립하고 있는 언니에게 우위를 점하고,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세우려고 했던 것 같다. 만약 이때 언니가 그 나이 대에 맞게 눈물을 글썽거리며 소녀다운 나약함을 보였으면 어머니는 언니에 대한 미묘한 자격지심을 버리고 그녀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니는 분명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밝게 웃으며 어머니의 심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보란 듯이 어머니가 시킨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물론 그 일들은 결코 언니가 혼자서 해낼 수 있었을 리는 만무했다. 이 대목에서 언니가 지닌 재능이 발휘되었었다. 언니는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타고난 상황 이용 능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을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가 낸 어려운 심술들을 모두 해결한 것이다. 마을 청년들은 계모에게 고통 받는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여인을 위해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녀의 일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만약 어머니가 가주의 입장에서 이런 언니의 능력을 이해했다면, 기운 가세를 세우는데 그녀의 재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보다는 연적의 도발적인 반응에 더욱 분개해 하시고 더욱 심술을 부리셨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어머니가 언니에게 심술을 부리면 부릴수록 오히려 그녀를 동정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어머니의 인망은 이에 반비례하여 급속하게 떨어져 갔다. 두 사람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둘의 신경질적인 대립이 오히려 가문의 가세를 더욱 기울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도 정말 많이 변했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었어. 정말 사람들도, 풍경도 다 바뀌었네.”
언니는 창 밖을 보며 말했다. 새하얀 가을 햇살이 슬며시 언니의 얼굴에 드리워 졌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언니도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어렸을 적에 집에서 함께 살면서 말했던 것보다 오늘 언니와 한 말이 더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전의 언니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나만이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던 옛날의 일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날엔가 항상 집에만 있던 내가 하루는 몸이 갑갑하여 사람도 데려가지 않고 냇가로 나간 적이 있었다. 답답한 속이 시원한 바람을 쐬면 나아질까 하여 간 것 이었다. 그런데 내 비밀장소에 불청객이 먼저 와 있었다. 다름 아닌 언니였다. 언니가 그 곳에서 멱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예상치 못한 사람을 보자 깜짝 놀라 돌아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수풀 속에 숨어 버렸다. 그리고는 마치 목욕하는 아낙네를 훔쳐보는 사내들 마냥 수풀 사이로 언니가 멱을 감는 모습을 지 보았다. 

▲ © 이현자 기자
  나는 항상 어머니가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그때만큼은 콧노래를 부르며 멱을 감던 언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물에 흠뻑 젖은 까만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적당히 그을린 피부로 시원한 계곡 물 속을 누비는 언니의 모습은 꼭 한 마리의 나비처럼 너무도 활기차고 예뻐 보였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이나 물방울이 매끄러지듯 흐르는 엉덩이는 물론이고 온 몸이 마치 잘 만들어진 비단처럼 빈틈없이 꽉 짜여져 있었다. 당시 언니보다 어렸던 나는 그런 언니의 다 여물지 않은 몸을 보고서 성숙한 여자의 몸이 풍기는 매력과 젊은 여자가 지니는 특유의 풋풋한 매력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그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몸을 눈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언니를 보면서 내가 당시에 느끼는 감정은 일종의 안타까움과 부러움이었다. 이는 언니의 용모적인 측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매력이라는 것은 결코 외모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의 언니는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누구에게나 미소 지으며, 누구에게나 따듯한 말을 건냈었다. 사람들은 이런 그녀의 밝음에 이끌려 그녀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를 싫어했다. 나는 그런 언니를 보면서 왜 난 저렇게 될 수 없을까 고민하고는 했다.  
  언젠가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우연찮게 들은 적이 있었다. 나와 언니를 비교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들이 나에 관해 어떠한 말을 할까 살짝 기대했지만 역시나 평소에 내가 느끼던 것과 별반 다름없는 매정한 평가를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언니에게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따스함과 사랑스러움이 있는 반면 나에게는 사람들을 어둡게 만드는 기분 나쁜 어두운 그늘이 져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 당시 그 말을 들을 때 내 나이는 16살이었다. 내 나이 때의 소녀에게 그런 말들은 큰 상처가 될 수 있지만 이미 그런 말 하나하나에 일일이 반응하기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지쳐 있었다. 사실 그 말들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같은 아버지의 육체를 나누어 가진 딸들이지만 나와 언니는 무척이나 달랐다. 언니는 아버지의 빛을, 나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물려받은 것이었다. 언니가 더욱 빛나면 빛이 날수록 그림자인 나라는 존재는 점점 더 짙게 변하는 것이다. 내가 도저히 따라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언니를 부러워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나는 그림자였지만 나도 여자 아이였다. 어린 소녀는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관심을 받기를 원한다. 그렇게 난 어두운 방안에서 미소 지어 지지 않는 내 얼굴을 한 번씩 꼬집어보고는 했다.
  하지만 내가 언니를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물론 집 안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언니를 사랑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집의 가장은 어머니였다. 비록 어머니보다는 언니의 인망이 크다고 해도 한 집안을 이끄는 것은 이와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언니가 자신의 인망을 이용해 약간의 편의를 도모할 수는 있어도 어머니 대신 가문의 수장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가장인 어머니와 잠정적으로 대립상태에 놓여있었다. 결국 언니의 이러한 행동은 집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마 겉으로는 밝게 웃고 있었지만 언니 자신도 어머니와 대립하는 자신의 상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니 스스로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어머니에게 항복을 하는 것은 인기인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동생의 입장에서 언니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상당히 안타까워 보였다. 물론 내가 그런 언니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 모두가 언니를 편드는 상황에서 나까지 그녀를 위해 움직인다면, 나의 연약하신 어머니가 너무 가엾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날도 오늘 같은 날씨였는데. 기억나니?”
  “,,,,무얼?”
  “내가 집을 떠난 날 말이야. 꼭 오늘 같은 날씨였는데. 가을이었는데도 햇볕이 쨍쨍 내리 쬐서 가마를 타는 내내 더워서 혼났었단다.”

나는 창 밖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랬다. 바로 꼭 오늘과 같은 날씨였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언니와 어머니의 비틀려진 관계를 종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언니의 충격 발언이었다. 어느 날 언니는 어머니와 나에게 너무도 밝게 미소 지으며 던지듯 말을 꺼냈다.
  “저 집을 떠나게 됐어요. 시집가게 되었거든요.”
  나와 어머니는 당혹스러웠고, 언니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그녀가 떠난다는 사실을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인기인이 이룬 성공에 기뻐했다. 아랫사람을 불러 따로 일의 자초지종을 들어 보았을 때 어린 계집종은 눈을 반짝이며 언니의 성공담을 이야기 했다. 시작은 어느 권세 높은 양반 댁 자제가 우연찮게 언니를 본 것에서부터였다.
  그 남자는 신분을 감추고 언니의 아름다운 외모에 이끌려 그녀에게 다가갔다고 한다. 하지만 언니와 몇 마디 나누어 보았을 때 그녀의 매력이 용모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언니에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언니는 언니의 발에 꼭 맞는 예쁜 꽃신을 신겨주면서 함께 자신의 본가로 들어가자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언니는 그 사람의 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허탈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고 나는 그녀의 결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언니가 그 남자의 청을 받아들여 궁으로 간다는 결정에는 그녀가 집안에서 처한 상황을 탈피하려는 의도도 적잖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와의 대립 상태에 지치고 더 나아질 방향이 없는 상태에 이른 언니에게 특히나 그 남자의 달콤한 제안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어머니의 당황스러운 모습을 뒤로하고 남자의 본가에서 온 수행원이 곱게 단장한 언니를 데리러 왔다. 나와 어머니는 그런 언니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그때 언니가 가마에 오르기 전에 조용히 빙글 돌아서 우아하게 웃으며 나와 어머니에게 마지막 말을 던졌다.
  “여지껏 있었던 모든 일을 용서할게요. 괜찮아요.”
  이 말을 남기고 언니는 집안을 떠났다. 모두 언니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허무하게 연적을 잃었다는 생각인지 꽤나 허탈한 표정을 보이셨다. 하지만 난 어머니와 달리 언니에게서 역겨운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그 매력과 아름다움에 혼자서나마 동경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너무나도 오만하게 자신이 모든 것에서 승리했다는 양 미소를 띠며 ‘용서할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었다. 그 전까지는 그토록 꼿꼿하게 어머니의 심술에도 웃는 낯으로 반항하던 그녀가 양반집 본가에 들어가게 되자마자 고압적인 자세로 우리에게 용서한다는 자애로운 말을 남긴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그 같잖은 어설픈 자애로움과 거만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언니가 우리를 용서할 것이 무엇에 있다는 말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그 남자에게 본가로 들어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머릿속에 승리라는 두 글자를 새긴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곤 승리자의 입장에서 고압적인 자세로 패자인 나와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승자의 여유와 여운을 느끼며 우리의 죄를 용서해준 것이다. 이토록 역겨울 수가 있을까. 그녀가 지녔던 그 영롱했던 빛을 무색하게 할 만큼 그녀의 치기어린 자애로움은 그녀에 대한 내 감정을 단번에 돌려버릴 만큼 위험했다. 나는 나의 동경을 배신하고 오히려 그 위에 역겨움이라는 감정의 앙금을 뿌리고 간 그녀에게 참을 수 없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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