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마땅히 근절해야만 하는 학점인플레,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미 타 대학에서는 그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해 5월경 국내 대학 처음으로 ‘교육실명제’를 시행했다. 교육실명제란 성적증명서에 학점을 주는 교수의 이름과 성적을 기입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담당교수의 이름이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학점에 따른 책임소지가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고려대 학사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학점인플레는 지속적으로 근절해야 하는 것”이라며 “합의 하에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니 만큼 좋은 결과를 얻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수강 횟수를 제한해 학점인플레를 막으려는 대학도 있다. 연세대의 경우 기존에 C+학점 이하의 성적을 취득한 과목에 한해서만 재수강이 가능했지만, 05학번부터는 D+학점 이하의 성적을 취득한 과목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또 연세대는 재수강할 수 있는 횟수를 최근 3년 사이에 점차적으로 줄여나갔다. 현재 07학번의 경우 C학점 이상은 2회까지만 재수강을 허용한다. 실제로 연세대의 한 학우는 “2번의 기회 밖에 없어서 재수강을 결정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며 “학점인플레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여대도 마찬가지로 이수했던 과목의 성적이 C+학점 이하일 때만 재수강을 허용하고 있다. 횟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재수강을 하게 되면 A학점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고 이전 성적보다 낮더라도 재수강을 한 성적이 입력된다.
마음 내키는 대로 재수강을 할 수 있는 우리대학에 비해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는 대학들에서는 학점인플레가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로 학점인플레가 일시적으로 해결되는 듯 보이지만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취업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좀 더 ‘스펙’을 올리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학점인플레를 유발하는 학생들과 이를 묵인하는 교수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학점이 아무리 잘 나와도 사회에서 학점 뻥튀기 학교로 낙인찍히면 결국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 학점이 남발될수록 사회의 불신은 더욱 커져 토익점수나 면접 등과 같은 다른 평가지표를 내세우게 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된다.
학점인플레는 정부에서도 그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졸업생의 대학교육 만족도, 기업의 졸업생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이러한 실태를 비판하고 대학평가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처럼 타 대학과 정부는 학점인플레를 뿌리 뽑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이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우리대학 역시 학점인플레를 근절하고 대학교육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