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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과 바다의 경계 태안, 끝나지 않은 이야기
윤영선 유현제 기자 | 승인 2008.01.04 00:00

▲만리포의 방제작업은 거의 완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엔 기름이 떠다니며 역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다 © 양태훈 기자
시커먼 기름이 서해는 물론 어민들의 마음까지 물들인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건대신문> 8명의 기자들도 피해지역 어민들과 고통을 함께하고 미력한 힘이라도 보태고자 서울을 등지고 남으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우리가 향한 첫 목적지는 태안의 만리포 해수욕장이다.

▲만리포고 가는 무임버스를 기다리는 자원봉사자들. 희망의 빛들이 태안으로 모여들고 있다 © 유현제 기자
“하루 약 500~6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만리포행 무임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매일 자원봉사자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기사 이종곤(충남고속, 53)씨의 말처럼 그날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만리포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리포로 향하는 길목에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문구가 걸려있어 새삼 반가웠다.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는 삼성중공업, 늑장 대처로 일관한 정부를 비판하는 현수막도 길목을 장식하고 있다.매주 만리포를 찾는 자원봉사자의 수는  2000~3000명.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들의 수고로 기름이 많이 제거된 상태라고 한다. 기름때가 시커멓게 낀 장화를 갈아 신던 문정환(서울, 18)군에게 방제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를 물었다. “방제작업이 많이 진행된 곳이라지만 아직 정리가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여전히 바다는 코를 찌르는 역겨운 기름 냄새를 풍기고 있다.

▲기름유출사고의 여파는 태안에서 보령으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 양태훈 기자
역한 기름 냄새를 뚫고 해수욕장에 들어섰지만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 방제작업에 참여한다는 이동익(울산, 24)군은 “어떤 일부터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아무 말도 없어 당황스러워요”라고 답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결국 자기 주위의 봉사자들을 어설프게 흉내 내던 우리 모습을 본 어느 친절한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제대로 된 방제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기름유출사고로 많은 생물이 죽었다. 조개도 기름유출사고에 숨통이 막혀버렸다 © 유현제 기자
밀려오는 파도에 모래를 던져 기름을 걸러내고, 흡착포로 기름을 흡수해냈다. 방제작업을 시작한지 두어 시간 쯤 되자 기름 냄새에 현기증이 일기 시작했다. “주로 헌옷을 많이 보내오는데 면 옷을 제외한 나머지 옷들은 기름을 잘 흡수하지 못하더라고요.” 모래사장 한 귀퉁이에서 휴식을 취하던 우리대학 장강수(정통대ㆍ인미1)군이 작업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만리포 해수욕장 주민들은 대부분 횟집과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의 80%는 생계대체능력이 없는 노인들이라고 한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주변상점들은 이미 기름유출사고의 여파로 하나 같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관광객들이 많이 줄어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문을 열겠어?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 만리포 지역주민 남의순(태안, 61)씨가 한숨 섞인 한탄을 늘어놓았다. 한편으로는 “우리 같은 소시민은 보험회사와 싸울 능력도 없는데 이럴 땐 정부가 대신 피해보상금을 먼저 지급해 줘야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기름 묻은 돌이 담긴 포대를 옮기는 자원봉사자들. 일렬로 서서 포대를 옮기는 그들의 행렬은 아름답다 © 유현제 기자
밀물 때가 되자 방제작업을 끝낸 자원봉사자들이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당일치기로 피해현장을 찾은 익명의 한 학생(울산, 20)은 “생각보다 옷도 안 더러워지고 작업도 힘들지 않았어요. 태안 말고도 피해지역이 많으니까 어려워말고 많이 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자원봉사활동을 권유했다.

태안 만리포에서 봉사활동을 끝마치고 홍성을 거쳐 보령 대천항으로 향했다. 태안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났기 때문에 피해지역을 태안으로 한정하기 쉽지만, 보령의 섬 지역들 또한 기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가 탄 시내버스 기사아저씨는 “원래 이 시기에는 관광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그 많던 사람들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라고 한탄했다.

▲ © 유현제 기자
이튿날 이른 새벽부터 약 50~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외연도로 향했다. 외연도는  3~4백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뱃길로는 약 2시간 거리의 외딴 섬이다. 외연도  주민들 역시 기름유출사고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외연도는 배가 자주 운항하지 못해서 대부분의 방제작업을 주민들의 힘으로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자원봉사자들을 인솔한 보령시청 관광과 이윤영(43)씨는 “(배를 타고)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기름을 걷어낼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면서 “흡착포 지원 역시 (피해상황이)잘 알려진 해수욕장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고 외연도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설명했다.

외연도의 경우, 만리포 해수욕장과는 달리 기름 냄새가 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갈밭 틈새를 응고된 기름이 빽빽이 메우고 있고 손을 댈 때마다 까맣고 끈적끈적한 기름이 묻어났다. 기름 덩어리는 손으로 긁어내 비닐 포대에 담고, 기름 범벅인 자갈은 헌 옷으로 닦아냈다. 5일 동안 어민들과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었다는 이종목(보령, 45)씨는 “여기 피해상황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 무인도는 말도 못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바다에서 거둬들인 기름을 육지로 옮기는 외연도 주민들. 주민들은 기름유출사고로 생계마저 뒤로한 채 기름수거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 유현제 기자
외연도 항구에서는 바다에서 수거한 기름을 육지로 옮기고 있었다. 기름으로 가득 찬 거대한 통들이 해안에 줄지어 서있다. “돈벌이가 전혀 안되니 뭘 먹고 살아? 매일 저만큼씩 기름을 제거해도 다음 날이 되면 티도 안 난다고”라며 외연도의 어느 주민이 한숨을 내뱉었다. 섬 지역은 간조와 만조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업시간이 짧고, 기상변수가 많아 봉사자들이 이동하기도 힘든 여건이다. 우리도 급박하게 변하는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전 작업만을 수행한 채 대천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대천항의 수산물 시장 역시 태반이 문을 닫았고, 찾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기름이 해안가는 물론 지역경제 또한 망가뜨려 버렸다. 이 글을 보는 당신, 서해안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지역가게들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다 © 유현제 기자

윤영선 유현제 기자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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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의 방제작업은 거의 완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엔 기름이 떠다니며 역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다 ⓒ 양태훈 기자

만리포고 가는 무임버스를 기다리는 자원봉사자들. 희망의 빛들이 태안으로 모여들고 있다 ⓒ 유현제 기자

기름유출사고의 여파는 태안에서 보령으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 양태훈 기자

기름유출사고로 많은 생물이 죽었다. 조개도 기름유출사고에 숨통이 막혀버렸다 ⓒ 유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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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묻은 돌이 담긴 포대를 옮기는 자원봉사자들. 일렬로 서서 포대를 옮기는 그들의 행렬은 아름답다 ⓒ 유현제 기자

바다에서 거둬들인 기름을 육지로 옮기는 외연도 주민들. 주민들은 기름유출사고로 생계마저 뒤로한 채 기름수거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 유현제 기자

지역가게들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다 ⓒ 유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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