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현자 기자
서민의 생계를 무너뜨리는 인플레이션은 단지 경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가에 불어 닥치는 학점인플레이션(아래 학점인플레) 역시 학우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학점인플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건 장학금 커트라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한 문과대생은 지난 학기 평점 4.5만점을 받아 전액장학금을 기대했지만 70% 장학금 밖에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아 부모님께 효도하는 시대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Kkulife 자유게시판에 한 학우는 “확실히 학점인플레가 심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우리대학이 전국에서 학점을 제일 퍼주는 학교 중 하나에 속하지 않나”하고 우리대학의 심각한 현황을 지적했다. 물론 고 학점이 나왔어도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건 단지 학점인플레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우리대학 장학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학우들은 “학점인플레는 그렇다 쳐도 우리학교가 장학금을 너무 안주는 것도 사실 아닌가”하며 상대적으로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한 장학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학점인플레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학점 잘 주기로 소문난 교과목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수강인원이 쏠리게 되는 현상이다. 공과대 재학 중인 한 여학우는 “가뜩이나 얼마 없는 1학점 수업의 경우 학점 잘 주는 과목으로 학생들이 심하게 몰린다”며 “그 과목은 A 이상을 못 받으면 바보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대학의 경우는 어떠할까? 몇몇 대학 역시 학점인플레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부산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4.5만 점에 4.4를 받았지만 워낙 만점자가 많아서 석차 유지가 힘들다”며 “전체 87명 가운데 21명이 전 과목 A+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학 내에서 자행되는 고 학점 남발은 여러모로 학우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 학점인플레가 심하다보니 취업 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교수와 학생들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에 닥친 학점 높이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어쨌든 학점이 잘 나오면 취업은 잘 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요즘은 대학교육을 믿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학점을 보기 보다는 다른 평가지표를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제살 깎아 먹는 식으로 전락한 학점인플레를 그냥 바라만 볼 수 없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그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해야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