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저는 제가 군대에 갈 이십대쯤에는 한반도는 통일을 이루어 제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을 가졌던 남자 아이는, 이제 군대에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슬며시 다가오는 입대날짜는 꿈에서 깨어나 믿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바로 보게 되는 씁쓸함과 동시에 아침에 눈을 뜨는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사소한 만남조차 오래 간직하고자 마음에 고이 담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어머님이 차려 주시는 소박한 아침식사도 꼭꼭 씹어 먹으며 그 맛을 음미합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가려져있던 현실감이 깨어난 느낌입니다. 입대를 하고 나면 저는 빡빡 머리 민 친구들과 따스한 군대 식사(짬밥)를 하게 되겠지요.

오늘 평양의 동태평양대극장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 '평양의 미국인'들의 연주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저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싱송(Sing-Song)외교니 북미 관계니 하는 거창한 수식어와 분석보다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남한의 사람들이 다 함께 귀 기울여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모습은 참으로 진지하고 아름다워 보였답니다. 특히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 연주될 때 서로가 서로에게는 신세계로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번 오케스트라 공연은 남북이 서로가 서로의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에서 깨어나는 계기로 작용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곧 동면하던 동물들이 땅 속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네요. 날씨가 따뜻해지고 초목에는 싹이 돋아나겠지요. 여러분들께는 이제 곧 가슴 설레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일 것입니다. 환상과 꿈 같이 느껴지던 방학 생활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여러분 모두 길었던 방학의 끝을 접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현실을 보람 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군 생활 알차게 보내고 오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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