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인가 어떤 모습이 과연 내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는 친절하지만 누구에게는 차갑고, 또 쉽게 화를 내고…. 더욱 이러한 생각들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필자의 극단적인 성격이 지금까지 이런 모습들에 한몫을 제대로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그날의 나는 다른 날보다 유독 신경이 날카로웠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의 행동 하나 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다 문득, 다 같은 친구들인데도 모두 행동이 다르고 화법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명의 친구들이 하는 행동들이 개개의 사람을 대할 때 마다 다른 것이었다.(예를 들자면, 남에게는 상냥한데 유난히 필자에게만 악랄하게 대하는 친구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 날의 만남을 곰곰이 돌이켜보며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게 유난히 악랄하게 대하는 친구. 그 친구에게 보여진 내 모습 역시 악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친구. 그 친구에게 보여진 내 모습은 친절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친구들이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들은 바로 내가 한 행동들의 반영이었다. 비단 친구들 뿐 만이 아니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저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사람일지라도,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들은 모두 내가 그들에게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반영되는 것이었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나를 비추어주는 거울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도 늦게 깨달은 것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우리나라의 격언이 있다. 또 나의 모습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격언도 있다. 마음 상태에 따라 얼굴과 태도에 그 마음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이 두 격언을 합쳐보면 친구는 바로 내 마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진실로 친구는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다.

바쁘다는 핑계 하에 혹은 나 자신의 일만으로도 너무 지친다는 변명으로, 단지 ‘남들이 먼저 나에게 태도를 취하겠지’, ‘남들이 하는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자세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삶이 지속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이름의 도화지에는 남들의 붓 자국만이 외롭게 남아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이기적인 모습만을 남겨놓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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