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봇대]

“미국에서 ‘오렌지’ 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그래서 ‘어륀지’ 이러니까 ‘아, 어륀지’ 이러면서 가져오더라고요.”

지난 1월 30일 영어몰입교육 공청회 자리에서 이경숙(숙명여대 총장)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한 발언이다. 이후 ‘어륀지’ 발언은 갖가지 패러디 창작물의 소재가 됐고,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영어몰입교육 공청회 자리에서 ‘어륀지’와 함께 세간의 관심과 논란을 증폭시킨 것이 또 한 가지 있었으니 바로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이다. TESOL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학생에게 영어 교육법을 가르치는 과정’을 뜻한다.

본디 TESOL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이민자에게 영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생겨났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숙명여대가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와 연계하면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후 한양대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10여 대학에 TESOL 과정이 마련됐고, 우리대학에도 2002년에 ‘Y-TESOL(어린이 영어교사 양성과정)’이 신설됐다.

교육계에서 TESOL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이경숙 위원장이 “TESOL 수료증을 공교육 기관에서 영어교사 채용의 자격조건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공언한 후부터다. 이 때문에 어느 대학의 TESOL 과정에는 지난해에 비해 8배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TESOL을 공교육의 장으로 도입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도입 찬성론자들은 “기간은 짧아도 영어교사로서의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반대론자들은 “TESOL 수료증이 기존의 사범대학 교원자격증 만큼의 신뢰성을 가질 수 없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언어와 교육은 한 사회의 미래를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TESOL과 영어 공교육, 비판적이고도 냉철한 시각으로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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