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사 일반
쌀, 르네상스를 만나다
이유나 기자 | 승인 2008.03.31 00:00

▲'라이스존' 서초점의 내부풍경. 여타 빵집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이곳의 식빵, 카스테라, 쿠키, 머핀에 이르는 모든 빵은 국산 쌀로 만들어진다. ©

▲애그플레이션으로 밀가루 가격이 급등했다.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식품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특히 밀을 이용한 식품들의 가격이 치솟아 체감물가 인상률은 더욱 크다. 빵ㆍ라면은 대부분 100원씩, 어떤 과자는 무려 300원이 올라 서민들의 지갑사정을 위협한다. 우리 생활과 밀가루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밀은 온대의 반 건조지에서 재배되는 밭작물로 서양인들의 주식인 빵에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온대계절풍지대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밀 재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밀의 자급률은 0.2%에 불과하며, 이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충분한 양과 영양을 갖추고 문화적으로도 수용할 수 있도록 식량에 대해 접근이 가능한 권리’인 식량주권을 수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식량주권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꼭 지켜져야 할 권리이다. 이 권리가 지켜지지 않으면 이후 ‘식량위기’의 위험에 처한다. 그런데 이처럼 자급률이 저조한 밀이 어떻게 우리 생활 깊숙이 관계를 맺게 되었을까? 이 관계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쌀빵을 고르는 초등학생. 그는 "쌀빵이 너무 맛있어서 이젠 밀로 만든 빵은 생각도 할 수가 없어요"라며 빵을 집어 들었다. ©

쌀이 부족했던 1960년대에는 ‘혼식ㆍ분식 장려 정책’이 있었다. 여기서 혼식이란 일반 쌀밥에 콩이나 보리 등을 섞어 넣어 잡곡밥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며, 분식이란 미국에서 거의 무상으로 원조되어 널리 퍼진 밀가루를 사용해 칼국수나 라면 등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이 정책으로 인해 쌀밥만을 선호해 오던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밀가루 음식에도 익숙해졌고, 지금에까지 이어져 와서 밀이 필수적인 먹거리가 된 것이다.

▲박상미 점장은 "쌀 제품은 트랜스지방이 0%에요. 하지만 영양은 풍부하죠. 몸에 좋은 것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참 기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

그런데 수입 밀은 국제 곡물가격에 따라 우리나라의 상황과 관계없이 가격이 결정되고, 앞으로도 외부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얼마 전에 중국과 러시아는 밀ㆍ보리 등에 수출관세를 붙였다. 우리의 식량주권은 이미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밀 소비량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은 더욱 지키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쌀을 이용하는 것이다.우리대학에서 개발된 빨간쌀 '자광찰' 개발에 참여한 정일민(생환대ㆍ응용생물)교수는 “우리 쌀의 소비량이 증가하면 수입 곡물의 양은 줄어들 것”이라며 “쌀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100% 자급할 수 있고 밀보다 영양이 풍부하며 경제적인 식량작물로 식량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물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마다 우리나라는 80t의 쌀이 창고에 쌓여가는 실정이다.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1995년 106.5㎏에서 2007년 76.9㎏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쌀 소비량의 감소는 밥 대신 패스트푸드와 간식을 즐기는 현대인들의 식문화에서 기인한다. 이혜진(생환대ㆍ응용생물3) 학우는 “간편해서 밥 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는다”며 “밥은 하루 한 끼 정도 먹는 셈”이라고 밝혔다.

▲국산 쌀로 만든 '떡보의 하루'의 떡. 웰빙을 추구하는 요즈음의 분위기에 잘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그렇다면 쌀을 밥이 아닌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면? 쌀을 단순히 밥만이 아니라 패스트푸드나 간식에도 사용할 수 있다면 쌀 소비량은 늘어나지 않을까? 이는 섣부른 예견이 아니다. 이미 일상의 여기저기에서는 쌀이 새로운 모습으로 포장되고 있다. 감히 우리는 이를 ‘쌀의 르네상스(다시 태어남)’라고 부를만하다. 

전통 떡 프랜차이즈 ‘떡보의 하루’는 국산 찹쌀과 육각수를 이용하여 떡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떡보의 하루 상품기획팀 유혜란 씨는 “우리 쌀을 쓰기 때문에 훨씬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고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떡보의 하루 송파점의 이덕희 점장은 “우리 매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식품인 쌀을 이용해 나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며 쌀 이용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쌀로 전통음식인 떡만 만든다고? 아니다. 빵도 있다. 순쌀빵 전문점 '라이스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라이스존은 밀가루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쌀가루 제조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다양한 식품원료로 쌀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을 열었다. 라이스존 서초점의 박상미 점장은 “원래 밀은 선조들이 삼복 때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먹던 찬 음식으로, 몸을 차갑게 해 소화가 잘 안 된다”며 “반면에 쌀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부드럽게 잘 소화가 된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대학에서 개발한 빨간 쌀, '자광찰'. 쌀 자체의 품질 개량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이 외에도 쌀을 이용한 식품은 쌀과자, 쌀만두, 쌀피자, 쌀라면, 쌀아이스크림, 쌀술 등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쌀 제품은 종류는 많으나 인지도가 낮다. 여기에는 가격이 한 몫 한다. 보통 쌀로 만든 제품은 밀가루제품보다 몇 백원에서 몇 천원까지 비싸다. 원재료인 쌀 가격이 비싸고 가공에도 많은 돈이 들기 때문. 이미연(사범대ㆍ일교2) 학우도 “위가 좋지 않아서 쌀 제품을 선호하는데 가격이 비싸 아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일민 교수는 “기계화로 인건비 절감ㆍ쌀농사의 대량화ㆍ쌀 품질의 향상으로 쌀값은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종류의 쌀들. 당당한 모습으로 소비자를 기다린다. ©

식량주권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필요한 주식량작물인 쌀. 쌀은 가격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런 노력에 부응하는 우리의 관심이다.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높아질수록 쌀은 더욱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쌀의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이유나 기자  lrandom@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유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라이스존' 서초점의 내부풍경. 여타 빵집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이곳의 식빵

카스테라

쿠키

머핀에 이르는 모든 빵은 국산 쌀로 만들어진다.

애그플레이션으로 밀가루 가격이 급등했다.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식품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쌀빵을 고르는 초등학생. 그는 쌀빵이 너무 맛있어서 이젠 밀로 만든 빵은 생각도 할 수가 없어요라며 빵을 집어 들었다.
여백
건국대학교 건대신문사
0502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5층 건대신문사
대표전화 : 02-450-3913  |  팩스 : 02-457-3963  |  창간년월일: 1955년 7월 16일  |  센터장 : 김동규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규
Copyright © 2020 건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