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북』을 읽고

나는 대학에 오기 전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아보지 못했거나 받더라도 성교육을 통해서 정말 궁금한 것들을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성에 대해 들어온 말들은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지켜야 한다”, “자위는 당당하지 못한 일이다”와 같이, 성을 무언가 부끄럽거나 감추어야 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성에 대한 왜곡과 잘못된 지식이 넘쳐난다. 중학교 때 수학선생님이 “자위를 하더라도 사정은 최대한 참는 것이 건강에 좋다”란 근거 없는 말을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섹스북에서는 성년을 앞둔 카이-우베라는 남성과 울리케라는 삼십대 정도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 책의 저자인 귄터 아멘트 박사와 함께 그 둘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토론 주제는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에서 우리 몸의 기능ㆍ피임법ㆍ에이즈ㆍ사랑ㆍ결혼ㆍ질투ㆍ가정ㆍ나이가 드는 일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흥미진진한 다양한 얘기들은 우리를 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동시에 ‘자위행위를 하면 머리 또는 건강이 나빠진다’, ‘여성은 피학적인 성관계를 원한다’, ‘청소년은 ....하기엔 너무 어리다’, ‘남성의 성기크기가 정력을 좌우한다’와 같은 성적 금기와 왜곡된 성지식들을 하나하나 깨뜨린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자연스러운 궁금증을 도색 잡지나 왜곡된 인터넷 성인물 등을 통해 해결하게 된다. 이런 매체는 “성관계를 가질 때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든지,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해선 피임을 안전하게 해야 한다”든지 등등 실제로 성관계를 하는데 필요한 것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섹스북’의 내용은 학교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여성문제, 낙태문제, 동성애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성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 하는 책을 보고 싶은 학우들에게 ‘섹스북’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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