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호]

보통 큰 집회가 있을 때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는 ‘닭장차’라 불리는 수많은 경찰수송버스들이 줄지어 서서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길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닭장차를 볼 때마다 기자는 으레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제길, 오늘도 닭장차 많이 떴구만.”

지난 '3.28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회장소도 아닌 광화문 일대는 시위를 막겠다는 경찰수송버스로 꽉 막혀, 광화문을 지나가려던 버스 승객들은 내려서 걸어가는 불편을 겪었다. 또한 집회현장 곳곳에는 무장경찰이 투입됐다. 이날 집회 참가인원은 7,000여명, 투입된 경찰병력은 1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정부는 새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집회라는 이유로 과거 백골단을 연상케 하는 ‘체포전담반’을 투입시켰다. 합법적으로 신고를 거친 집회에서 불법시위자를 색출하는 것이 목적이란다.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은 단결과 연대활동을 통해 교육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자는 공동행동이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이뤄진 교육공동행동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등록금인상’에 대해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집회제한ㆍ금지제도가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법무부에 폐지를 권고했다. 집회나 시위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권리로 당연하다고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내기 어려워 대출을 받는 대학생,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대학에 갈 고등학생조차 모두 모여 “동생들은 등록금으로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외칠 권리는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기업인이 24시간동안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이 개설됐다고 한다. 경제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소통창구 역할로 활용된다는 취지라고 한다. “네, 좋은 일 하십니다.” 다만 씁쓸한 것이 있다면 집회현장에 나온, 아니 앞으로 나올 그들과는 소통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평화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학생들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만을 일삼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양심 있는 관료의 자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만 한다면 정당한 집회에 체포전담반을 투입했다고 비판받는 일도 없을뿐더러, 참가자 수보다 더 많은 경찰을 투입해 ‘인력낭비’를 초래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