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everyone!" 갑자기 웬 영어냐고 놀라지 마세요. 지금 기자는 원어강의를 들으러가는 중입니다. 아직까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인데요. 독자 여러분도 오늘 강의실 구경 한 번 같이 가볼까요?

강의실에서는 지금 ‘EU global governance’라는 강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음, 보통 강의실과 별다를 것은 없어요. 다른 점이라면 모두들 교과서 옆에 영어사전을 놓고 있다는 것. 오늘의 강의 주제는 ‘A brief History of European Integration’이죠. 우리말로 ‘유럽통합의 역사’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곧 교수님께서는 유창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 © 이현자 기자

그러나 강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관에 부딪힙니다. “What is institutionalization?" "..." 모두들 묵묵부답. 결국 교수님이 ‘유럽통합제도화의 과정’이라고 설명해주시네요. “아하!” 그제서야 모두들 알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당황하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더군요. 학생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무슨 말씀이신가요?”를 반복하고 교수님은 영어로 수업하다가 다시 우리말로 설명해주기를 거듭하십니다. 가끔 교수님이 질문을 던질 때는 교실에 정적만이 흐릅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다보니 이 강의가 원어강의가 맞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많이 쓰이고 있거든요. 수업의 70%는 한국어로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업 진행은 물론 학생들이 한국어로 질문하고 한국어로 대답해도 OK. 같은 말을 다른 언어로 두 번씩 반복하고, 모르는 단어나 문장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다보니 강의진도를 제대로 나갈 수 없습니다. 결국 프리젠테이션의 영어문장을 해석하다가 수업이 끝나고 말았어요.

이 수업을 강의하시는 김세원 강사는 원어강의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강의는 영어를 배우는 수업이 아니라 전공수업인데 심화된 내용을 가르치기 보다는 영어를 한국어로 다시 설명해주는 데 시간의 소모가 많아요.” 이 강의를 듣는 ㅇ군(문과대ㆍEU문화정보4)은 “강의 자체는 좋으나 원어로 듣다보면 집중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역시 이 강의를 듣는 박주연(문과대ㆍEU문화정보3)양은 “원어강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교수님과 타협점을 찾아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생소한 내용을 영어로 배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기대하고 들었던 원어강의인데 영어해석만 하다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네요. 원어강의, 수업하는 교수와 듣는 학생 모두가 어려워한다면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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