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다 가고 어느새 여름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혜는 봄이 가기 전 남자친구인 태훈 오빠와 놀러가기로 약속했다. 간만의 외출을 위해 정성스럽게 보온도시락에 주먹밥을 싸고 과일도 예쁘게 깎아서 담은 지혜는 오빠에게 요리솜씨를 자랑할 생각에 들떠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목적지에 도착해서 도시락 뚜껑을 열자 사과와 바나나는 보기 싫은 갈색으로 변하고, 밥도 누렇게 변해 있었다. 지혜는 그만 실망하고 말았다. 음식을 오래두면 색깔이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산소 때문이다. 밥을 한 다음 보온상태로 두면 수분이 증발되고 밥에 있는 탄수화물이 산소와 결합해서 밥이 누런색으로 변하는 갈변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온도가 높을수록 변형된 탄수화물의 분자구조가 산소와 더 빨리 결합한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보온도시락에 밥을 담을 경우 갈변현상이 더욱 촉진된다. 과일의 껍질을 벗긴 상태에서 그냥 두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런데 사과, 바나나, 복숭아와 같은 과일은 구조상 탄수화물 분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적기 때문에 열을 가하지 않아도 갈변되기 쉽다.

갈변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음식이 산소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깎은 과일을 랩으로 싸서 산소가 침투하는 것을 막거나, 음식을 진공 포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밥 위에 물을 뿌려놓거나 소금물을 뿌리면 갈변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갈변된 음식은 보기 좋지 않아서 그렇지 상한 것은 아니다. 영양소의 파괴도 없어 그냥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점점 더워지는 이 때, 음식이 갈변되기 전에 일찍 먹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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