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 또한 한해를 결산하는 학술제가 학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학술제는 매년 하는 행사로써 관례적으로 학과나 단과대에서 이루어질 뿐, 그 본래 목적이 많이 퇴색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학내 학회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문제이다. 학내 학회의 현 위기와 그 원인을 분석해 보자. - 편집자 풀이 -

학내 학회는 본래 학생운동의 실천과 이론을 공고화하기 위해 소규모로 발달한 자생조직으로,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80년대에는 학생운동 일꾼 양성소의 역할과 함께 그 실천 활동을 이론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학생운동의 위기와 함께 학회에도 위기가 찾아왔고 학생회로부터 독립하면서 학회 자체의 모습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학생운동 일꾼 양성소의 역할을 포기하였고 실천 활동과는 무관한 내부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학회에 대해서 ‘빨간색의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회활동을 바라보는 주변 대학생들의 시각이 여전해서 회원들이 많은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는 참누리 회장 주현경(경영대ㆍ경영2)양의 말처럼 일반학생들은 학내 학회에 대해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학내 학회의 개념도 학술세미나(댓거리 포함)를 여는 소모임 그리고 학술동아리 처럼 ‘학문을 매개로 하는 공동체’ 대부분이 학회라는 이름으로 통하고 있듯이 그 폭이 넓어졌다. TNT학술부장 박인규(정치대ㆍ행정2)군은 “TNT가 만들어진 95년도 당시에는 언론의 왜곡을 지적하는 신문비판의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신문, TV방송 등에 대한 비판보다는 주요 안건에 대한 주제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시대의 변화가 곧 학회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대학에서 이러한 변화를 적절하게 수용한 몇몇 학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술먹는 모임으로 성격이 변질되거나 활동이 부진하여 유명무실해진 것이 현 상황이다. 그렇다면 학회활동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역할 변화에 학회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대학은 담론의 형성, 진리탐구의 역할을 수행한 반면, 요즘엔 취업 양성소라는 실질적인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새내기들의 입학게시판에 ‘4년 뒤에 취업 파이팅!!’이라는 글이 옳을 정도로 취업에 대한 고민은 입학과 동시에 시작되고 대학은 취업을 위한 준비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토익ㆍ토플 점수, 자격증 따기에도 바쁜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학회활동은 망설여지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학회도 3, 4학년은 취업준비 때문에 바빠 1, 2학년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 고학번들의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학회 내부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시대가 변한만큼 학회를 이끌어나가는 방식도 변화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회에서 구성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육내용에 대한 고민이 구태의연하다. 과거에는 학생운동이 학회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일방향의 학습통로가 정해져 있는 교육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성이 요구되는 사회인만큼 구성원 개개인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양승훈(정치대ㆍ정외3)군은 “학회 운영에서 오늘날에 맞는 학습내용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정기적인 학술세미나 또한 체계가 없어 다음 세대에서 단절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학회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셋째, 학내 학회는 자발적으로 꾸려진 단체이다보니 중앙의 지원이 부족하다. 중앙의 지원은 재정적인 측면과 공간제공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특히 공간 문제의 경우 “동아리나 학생회처럼 활동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 못해서 회원들끼리 댓거리를 할 때마다 강의실을 빌리는 것에 늘 신경이 쓰인다”는 TNT부회장 이현주(정치대ㆍ행정2)양의 말처럼 활동을 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된다.

사회가 변하고 학회의 주체가 새로운 세대로 넘어간 지금, 학회의 역사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학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학회의 역사는 대학생의 고민과 실천의 역사로, 학회 활동은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자신의 시각을 만들어가는 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내 학회는 존속해야 하고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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