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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몸살, 증상에 맞는 처방전 필요우리대학에 맞는 맞춤형 모집단위 찾아야
윤영선 기자 | 승인 2008.05.28 00:00

김진현(특성화ㆍ생명공2)군과 김기용(경영대ㆍ경영정보4)군은 우리대학의 학부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에 속한다. 그들은 학부제가 좋은 이유에 대해 각각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았다.

“1학년 때부터 하나의 학문만을 배우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할 수 있잖아요.”
“입학하면서 학과를 정하기에는 아무래도 이른 감이 있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적인 측면에서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렇게 학부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우들도 현행 학부제의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대학 학부제는 어떤가요?
우선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전공을 탐색하거나 기초전공지식을 쌓기에는 미흡한 커리큘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우(동생명대ㆍ축산식품2)는 “현행 학부제에는 만족한다”면서도 “1학년들이 듣는 (지정교양과목의) 수업내용이 알차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도 우리대학 학부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우들 중 34.9%의 학우들이 “미흡한 커리큘럼이 오히려 전공 선택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이미 가고자 하는 학과를 정한 후 학부생으로 진입한 학우들은 원하지 않는 지정교양과목을 들어야하므로 학업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개인이 학과를 선택하고 들어왔더라도, 학부 내 다른 학과의 수업을 지정교양으로 반드시 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연관성이 부족한 과목들의 결합으로 인해 학업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학부제에 맞는 커리큘럼이 미흡한 상태에서는 학부제가 제대로 운영될 수도 없고, 학부제가 지닌 기존의 장점도 잘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학문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학과들을 한 학부로 묶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자신을 정치대 부동산학과라고 밝힌 한 학우는 설문조사에서 “속한 학부와 학과가 서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대의 경우 학문적 동질성이 부족한 부동산학과와 행정학과, 정치외교학과가 한 단과대로 묶여 있다. 김재삼 연구원은 “원래 모집단위 개편은 학문적 연관성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라며 “학내에서 문제제기가 가능하고, 대안으로는 학과제로의 개편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대 외에도 공과대의 산업섬유공학부, 문과대의 문화정보학부 소속 일부 학우들이 “서로 연관성이 없는 학과가 묶여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고민만 늘어가는 문과대
문과대의 경우, 앞서 지적한 학부제의 문제점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단과대 중 하나다. 김형영(문과대ㆍ중문4)군은 “학부제 자체가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각 학과의 정원이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서 철학과, 사학과처럼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학과는 (학과생이 적어) 힘든 편이다”고 설명했다.
우리대학 학부제의 경우, 학점이나 정원에 상관없이 원하는 과에 진입할 수 있어 기초학문이 등한시 되거나 일부 인기학과로 학우들이 편중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전과의 장벽도 높지 않다보니 문과대의 학우들이 학부생활을 거친 후 타 단과대의 인기학과로 다수 전과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문과대의 한 교수는 “최근 다른 인기학과, 특히 경영대로의 전과를 노리고 문과대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져 문과대와 경영대의 입학점수가 비슷해졌다”며 “학과제로 모집단위가 바뀌면 문과대생의 전과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과대 학우들이 주로 전과를 원하는 경영대의 경우, 전과현상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원전공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경영학과의 한 학우는 “강의의 숫자가 부족해지고, 전공필수과목도 수강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밝혔다. 김재삼 연구원은 “학부제를 운영하면서도 전과의 장벽이 높지 않고, 학과 선택이 자유롭다는 것은 학부제를 도입할 때 충분한 학문적 고려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문과대의 학과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문과대 발전위원회의 장영백(문과대ㆍ중문) 교수 또한 “학부제의 단점이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장영백 교수는 “문과대 8개 전공은 학문적 성격이 서로 다르고, 몇 개의 학부로 묶이기 힘든 것들이다”며 “특히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과의 경우 1학년 때부터 언어를 빨리 접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기초소양을 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미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등은 인문학이나 어학을 배우는 단과대를 학과제로 전환했으며, 연세대도 인문대의 학과제 전환을 검토하는 중이다.
문과대 외에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이과대의 일부 학과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과대의 모 교수는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학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너무 적고, 혹시 군대라도 가게 되면 인원이 적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처음부터 학과제로 학생들을 뽑으면 기초학문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오니까 공부하기에는 굉장히 좋을 것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대학에서는 학과제에 대한 검토계획만 있을 뿐,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교무처의 한 관계자는 “학부제는 계속 유지될 것이고, 이미 2009학년도 입시요강이 나왔기 때문에 고려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당장은 여론수렴을 해서 반영할 여지도 없다”고 전했다.

기초학문에 대한 배려와 여론수렴 필요
학과제로 전환하는 것만이 학부제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결코 아니다. 김재삼 연구원은 “높은 교수진 확보율, 충실한 커리큘럼, 적절한 학생 수와 잘 갖춰진 시설이 학부제와 맞물렸을 때, 학부운영의 성패가 갈린다”며 “단순히 제도의 장단점만을 가지고 학부제의 성패를 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건국대는 대학규모가 크기 때문에 특성화 분야는 키우되, 더욱 더 기초학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심도 깊은 연구와 여론수렴을 통해 건국대에 맞는 모집단위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과대 장영백 교수는 “진정한 대학의 자율화란 해당 단과대의 학제를 그 단과대 구성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단과대 구성원들에게 (모집단위 변경에 관한) 자율권을 주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우수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선 기자  godancho@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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