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제 존속시에도 개선ㆍ보완책 필요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대학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대학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모집단위를 실정에 맞게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사실상 학부제의 전면 폐지가 가능하게 됐다. 이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일부 대학은 학과제로 모집단위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다른 대학들도 ‘학과별 모집’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학부제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고,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1995년에 도입됐다. 그러나 학부제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학풍토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학문적 고려가 부족했고, 도입 후에도 본래 학부제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해 개선의 요구가 빗발쳤다.

우리대학 또한 사범대, 법과대, 수의과대와 일부 몇 개의 학과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가 학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제를 경험한 우리대학 학우들은 현행 학부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리대학 학우 2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45.3%의 학우들이 현행 학부제에 대해 불만족스러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현행 학부제에 대해 만족하는 학우들의 비율은 37.8%를 기록했다.

‘학부제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36.8%의 학우들이 ‘과에 대한 소속감 결여 및 부적응’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1년간의 학부생활 중, 미흡한 커리큘럼이 오히려 전공 선택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의견이 34.9%로 뒤를 이었다. 한편, 학부제에 만족하는 학우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전공을 탐색할 기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53.2%로 압도적이었다.

그렇다면, 학부제가 학우들의 전공 선택 과정에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설문에 응답한 학우 중 약 70%가 “1년간의 학부생활이 전공 선택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거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은혜(문과대ㆍ영문4)양은 “학부제가 전공 선택에 끼친 영향은 전혀 없었다”며 “차라리 1학년 때부터 학과제로 들어와서 체계적으로 전공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우리대학에 적합한 모집단위를 묻는 질문에는 39%의 학우들이 “전공의 특성에 따라서 학과제와 학부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과제 전환”과 “학부제 존속”은 각각 29%와 22%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정치외교학과의 한 학우는 “학부제를 존속하더라도 문제점에 대한 수정ㆍ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부제에서 야기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북대, 경희대, 홍익대 등에서 신설된 ‘자율전공제도’에 대한 선호도는 8%에 그쳤다. 자율전공제도란 1년 동안 다양한 강의를 수강한 후, 문ㆍ이과 구별 없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외에도 행정학과의 한 학우는 “대학의 전체적인 수준은 높이면서도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자율전공제도를 운영하되, 일부 특성화 전공에 대해서는 학과제와 학부제를 병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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