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영훈 기자
요즈음 학교 곳곳에서 자주 들리는 소리가 있다. 운동장 혹은 황소상의 잔디밭 그리고 공대 뒤쪽에서. 어떤 사람이 듣기에는 단지 시끄럽기만 한 소리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이 듣기에는 신명나는 우리의 가락으로 들리는 소리, 바로 풍물 소리이다.

풍물은 처음에 농민들이 일을 할 때 흥을 돋우고, 박자을 맞추기 위해 생겼다고 알려져 있어서인지 흔히들 ‘농악놀이’라고 부른다(‘농악놀이’라는 표현은 일제 시대 때 풍물의 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든 말이라고 하니 쓰지 않는 편이 나을 듯 싶다). 또한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물놀이에 의해 모든 풍물이 ‘사물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물놀이는 풍물의 한 갈래일 뿐이지 악기를 치는 모든 것을 사물놀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이처럼 풍물을 많이 접하지 못하고, 농사가 주된 일이 아닌 지금에 와서 풍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1학년이었을 때, 풍물패의 공연을 보고 ‘저 사람들은 뭐가 좋아서 저렇게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지?’ 하며 의아해 한 적이 있다. 그 후, 나 자신이 그런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그때의 의문을 풀 수 있었다.

풍물을 하는 사람끼리는 통하는 것이 참 많다. 단지 함께 악기를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느끼는 동질감 때문만이 아닌, 풍물 속에 녹아있는 정(情)때문이다. 풍물판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된다. 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쇠, 징, 장구, 북을 치는 사람들(악기 치배)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소고와 상모는 악기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더욱 동작을 크고 멋있게 함으로써 판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며, 잡색 치배는 판 내에서 악기 치배를 돕는 역할도 있지만, 판 외의 사람들이 함께 판을 만들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판 외에서의 역할도 있다.

잡색은 주로 사회상을 반영하기 위해 독특한 분장을 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함께 판을 만드는 사람으로는 뒤치배를 들 수 있다. 뒤치배라 함은 다른 치배들이 판을 치는 동안, 음식을 만들거나 판에 필요한 것을 돕는 역할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확대되고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고 있는 현대에서 악기 치배, 잡색, 뒤치배 그리고 관객까지 모든 사람이 풍물로서 하나가 되는 과정은, 농사를 지으며 하나가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풍물 공연을 스치듯 지나간다면 느끼지 못할 이 즐거움을 위해, 풍물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함께 동참한다면 자연스럽게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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