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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 위에 적힌 글, 대학문화를 상징한다
문화부 | 승인 2003.10.27 00:00

■대자보는 대학문화를 상징한다

대자보는 학우들과 함께 대학문화를 형성해 왔다. 비와 바람, 그리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찢기고 버려질 수 있는 종이에 적힌 글자들은 그 시대의 우리들을 대변했고, 대학문화를 상징했다. 80년대 대자보에서 우리는 무자비한 군사정권에 대항하고, 그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선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90년대에는 대자보를 통해 제도권 언론이 왜곡했던 ‘연대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있었고, 그 시대의 문제점을 폭로하고자하는 90년대 학번의 문화와 열정을 알 수 있다. 요즘엔 경제 침제로 인한 심각한 취업난을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을 ‘취업 설명회’ 대자보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예전의 대자보와 달리 지금의 대자보는 컴퓨터로 작성해 깔끔하다. © 김혜진 기자

과거의 대자보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글이 많았다. 반면 지금은 학교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한 글이 많다. 더불어 과거에는 대부분 특정한 집단의 의견을 대변했던 대자보가 지금은 개인의 생각을 담고 있다.

또한 백지 위에 글씨만 적었던 옛날의 대자보와는 달리 지금은 형형색색의 종이와 글씨, 그림으로 대자보를 만들고 있다. 이런 시각적 변화는 변화하는 문화적 세태를 우리들에게 직시하게 한다. 이처럼 대자보의 변천사는 대학문화의 변천사와 동일하다. 그래서 우리는 대자보가 대학문화를 상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외면당하는 대자보. 대자보는 죽었는가?

예전에는 학내 소식이나 행사 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대자보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또, 누구나 맘만 먹으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대자보는 80년대를 비롯해 90년대에도 매우 유용한 홍보 수단인 동시에 언론매체였다. 그러나 최근에 대자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밀려 학우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를 읽어보는 학우가 이상하게 보이고, 특이하게 여겨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대자보가 예전에 담당했던 ‘폭로’의 기능이 다양한 언론매체로 분산된 현 시대에 대자보의 역할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대자보는 좀 더 돋보이려고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눈에 띄게 하려고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하는 경우, 문법적으로 어긋난 단어 사용, 저급한 표현 등 본래의 그 의미를 상실한 채, ‘광고용’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대자보가 죽었다”는 말은 사실인가? 대자보의 시대는 끝났는가?

■상업용 홍보지가 판치는 게시판

대자보의 기능이 약화되는 동시에 대자보가 만들어지는 횟수도 줄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자보가 있어야 할 게시판은 상업용 홍보지가 그 허전한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다. “내가 입학할 당시, 아니 4학년 때도 게시판에는 상업용 홍보지가 없었어”라며 상업용 홍보지가 난무하는 게시판 앞에서 90년대 학번들은 한탄을 한다.

장한벌을 돌아다니다 보면 학교 곳곳에 배치된 게시판은 항상 토익이나 토플, 국가공채시험, 학원,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상업용 홍보지가 빼곡하다. 이로 인해 게시판은 하나의 커다란 광고판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우리대학 대자보와 게시판, 부실한 관리로 인해 학교의 미관을 망치고 있다. © 김혜진 기자

“학교 게시판은 학우들의 알림판입니다. 그러나 상업용 홍보지로 인해 학우들의 알림판이 축소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문과대 회장 손정헌(철학4)군은 문과대 게시판에 상업용 홍보지를 부착할 수 없다는 경고문을 공고했다. 또한 게시판 관리자들을 선정해 정기적으로 게시판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새벽 일찍 광고지를 부착하는 이들의 극성스러움 앞에서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게시판은 다시금 상업용 홍보지로 도배되고, 이를 경고하는 경고문은 찾을 길 없다.

■진정한 언론매체로 거듭나야

학우들에게 외면당하고, 상업용 홍보지에 자신의 자리인 게시판을 뺏긴 대자보는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눈에 띄기 쉬운 곳에 게시돼 ‘익명으로 의견 개진’, ‘불특정 다수와의 의견 교환’ 등의 기능으로 우리에게 각인된 대자보는 ‘홍보성’ 대자보에서 벗어나 그 본래의 기능인 토론ㆍ논쟁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자보는 우리대학 학생회 대자보처럼 자체 사업만을 나열하는 형식적인 글과 남을 비방하는 글만이 실리는 곳이어서는 안된다. 대학 안에서 함께 논의하고 공유해야 할 사안에 대해 개인이나 집단이 자유로이 쓰고 만드는 언론매체가 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대자보는 문화이다. 이 문화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우 한명 한명의 노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대자보 하나를 만들고 붙이더라도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대자보 문화는 물론이고 대학문화도 한층 성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상업용 홍보지가 장악한 게시판도, 우리들이 끝없이 고민하고 정성껏 만든 대자보의 수가 많아지면 다시금 우리들의 언론매체로 거듭날 것이다.

문화부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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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대자보와 달리 지금의 대자보는 컴퓨터로 작성해 깔끔하다. ⓒ 김혜진 기자

지금의 우리대학 대자보와 게시판 ⓒ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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