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6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후문에서 촛불을 밝힌 이들이 있었으니 정치대학생회에서 주최한 1일 단식투쟁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미국의 침략전쟁을 위한 한국군 파병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1일 단식으로 지친 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시간까지 남아 촛불시위를 하고 있었다. 세 끼를 굶은 뒤라 세찬 바람이 더욱 더 매섭게 느껴졌을텐데,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 때문인지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더 씩씩해 보였다.

자유발언대에 서서 지나가는 학우들을 향해 “국익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 허상인지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며 외치는 양난정(정치대·정외3)양은 “파병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노무현 정부의 파병결정은 터키의 파병철회 의사에 비추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며 시위에 동참하길 권유했다.

그러나 싸늘한 가을저녁의 찬 바람 때문인지 모두들 웅크린 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손을 잠시 빼서 그들이 건네주는 유인물조차도 받기 귀찮아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보였다. 쓸쓸히 후문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을 들고 시위하는 소수의 단식단에게 따뜻한 눈길조차 보내주지도 않고 말이다.

“대학생들이 이런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권기현(정치대ㆍ정치학부1)군의 투정어린 말처럼 파병반대에 대한 여론만 갈수록 무르익고 있지, 정부의 파병의사를 철회시키기 위한 실천적 움직임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의도와 달리 학우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 탓에 30여분간의 촛불시위를 끝내고 돌아서는 10여명의 정치대인들의 뒷모습이 더욱더 쓸쓸해 보인다.

파병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소규모의 시위에도 함께 동참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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