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매일매일 밥을 먹는 김도식 교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생과 교수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혹시 중ㆍ고등학교에서 보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그대로 대학교에 와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물론, 교수들 중에는 권위적인 교수들도 있을지 모르고, 학생들과의 대화를 꺼려하는 교수들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순히 교사와 제자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수업 밖에서 학생들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교수들도 있다. 지난 11일,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교수들 중 한 사람인 김도식(문과대ㆍ철학) 교수를 찾았다.

문과대학 512호 연구실을 들어가 보니, 안경을 쓴 인자한 인상의 사람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다. 연구실 벽에는 온갖 종이들이 붙어져 있다. 종이들에는 학생들의 글들이 잔뜩 적혀 있다. 알고 보니, 이 종이들은 같이 수업하던 학생들이 돌린 롤링페이퍼들이라고 한다. 탁상 달력에는 날짜마다 글씨가 적혀 있다. 그 글씨들의 내용들은 바로 학생들과 밥 먹는 시간. 매일 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학생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자유로이 대화도 나눈단다. 이 사람이 바로 김도식 교수이다.

△학생들과 많이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지난 99년부터 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기 시작했지. 같이 식사를 하면서 학생들과 대화도 나누고 고민도 들어주고 그래. 그때부터 같이 밥 먹는 시간을 달력에 표시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개인 홈페이지(home.konkuk.ac.kr/~dskim)에도 식사하는 시간을 게재하고 있어. 어느덧 10년이 됐네.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나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학생들과 같이 담소를 나누는 게 아주 즐거워. 그 덕분에 지금도 계속하는 거지 뭐.

△학생들과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나요?
난 굳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진 않아. 학생들이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곤 그래. 요즘 학생들의 고민 같은 걸 많이 듣게 되더라구. 이를테면 학업이나 장래, 취업 아니면 이성 관계나 종교 등의 이야깃거리 같은 거지. 아니면 그냥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 뭐. 그렇게 만나고 또 만나고 보니 이제는 내게 바로 고민을 말하는 학생들이 어느덧 50명이 넘고 그러네.

△그런데 교수와의 사적인 대화를 다소 꺼려하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글쎄, 어떤 학생과 같이 사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냐.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원할 때 같이 대화하자고 하는 거지. 대화를 꺼려하는 학생에게 굳이 내가 대화를 강권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

△한편으로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전혀 갖지 않는 교수들도 있는데 그 분들을 어떻게 보시나요?
취향 혹은 스타일의 문제지. 내가 학생들과 같이 밥 먹고 대화 나누는 이유는 즐거워서야. 굳이 학생들과의 사적인 대화까지 교수들이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봐.

△학생들을 많이 만나시면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대학생으로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보고 있어. 사실 무엇인가를 즐겁게 여기면서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때, 그것이 자신의 적성이 될 수 있는 거야. 또 학생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을 때 그것에 대한 자책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인데 말이야. 난 진로 같은 걸 물어볼 땐 무엇을 즐거워하는가에 대해 묻고, 고민 등을 상담할 땐 스스로 자기편이 되라고 말해.

                                                                            사진 / 양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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