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죽을 4’라고 했던가? 낙엽 떨어지는 가을, 한 번씩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가을바람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뭔지 모를 죄책감에 마음을 추스리고, 취업지원실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다가는 어느 새 찾아드는 상실감으로 마음이 아린다. 아직도 낼 모레 봐야 할 토익시험을 생각하며 책을 뒤적이고 있자니 울컥울컥 느껴지는 한심함 또한 밀쳐낼 수가 없다. 4학년… 생각보다 더욱 지독함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난 요즘 나와의 엄청난 심리전을 치르고 있다. 가끔은 지기도 하고 가끔은 이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내 나이 24살. 연극으로 치자면 관객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1막이 지나고 이제 절정을 향해 달려야 하는 내 인생의 2막이 오르려 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삶’에 대해 생각한다. 잘 사는 삶에 대하여…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이것은 청춘의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매일 조금씩 밀려드는 상실감과 좌절감에 눌려 누군가가 이토록 예찬한 청춘을 살고 있음을 자주 잊는다.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젊어서가 아니라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고 생각이 바르기 때문이리라. 내가 살아갈 인생 2막을 위해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연봉에, 어느 직장이 아닌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채로 내가 사회로 나아가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 생각과 가치관들이 나의 모습을 만들어갈 것이며 내가 몸담은 사회의 모습을 형성해 나갈 것은 뻔한 이치다.

조금 늦게 사회로 나간다고 너무 조급해 하지도 좌절하지도 말자. 더욱 큰 도움닫기를 위해 나의 능력을 키우고 생각을 가다듬자. 이 때를 빌어 눈과 귀를 넓히고 세상을 둘러보자.

연일 정치권의 ‘억’ 얘기가 많은 사람들을 ‘헉’하게 한다. 조금씩 나이 듬을 핑계삼아 기본을 버리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될 여지가 자신에게 보이거든 아예 집에 눌러있는 것이 낫다. 오늘, 지독한 4학년의 연장일지라도 나 자신에게 당당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커나갈 것이기에 기도하듯 이런 주문을 걸어본다. ‘청춘을 빛나게 살기를… 청춘을 바르게 살기를… 인생은 한 번만 흐르는 강. 맑은 물로 흐르기를…’

이은경(경영대•경영정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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