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원론 중간고사 고등학교식 시험 실시

우리대학에 개설된 ‘경영학 원론’ 강의는 총 18개 반 (야간 1개반, 주간 17개반 : 경영학원론 14개반, 경영학 입문 3개반)으로 6명의 교수가 강의, 1260여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같은 과목을 듣는 학생 수가 이렇게 많다보니 경영대학(학장=김우봉 교수)은 중간고사를 획일적인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 6명의 교수들이 40문항씩 출제하고, 중복되는 문제를 뺀 후 남은 200문항을 유형 A, B, C (객관식 70문항)로 나눠 월요일, 목요일, 금요일 3일에 걸쳐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마지막 시험날인 금요일, 답안을 작성하는 OMR 카드가 부족해 시험이 30분가량 지연되다가 결국 OMR 카드 없이 시험이 진행되는 사태가 벌어져 학생들의 불만이 커졌다. 또한 각자 다른 교수에게서 수업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같은 형식의 시험을 보는 점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경영대학 김우봉 학장은 “시험 진행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같은 과목이라면 교육의 질은 동일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이번과 같은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시험을 총괄적으로 관리한 이동주 교수는 “우리대학 경영학 원론 수업은 거의 강사들이 맡고 있다”며 “강의 경험과 강의 기법이 부족한 강사들의 강의 수준을 균일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험문제를 통합해서 내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시험 문제가 전부 객관식으로 출제된 것에 대해서는 “기초과목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학 원론’이 응용·사례학문임을 감안한다면 ‘답’이 정해진 객관식만으로 출제된 것은 창의성이 결여된 시험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우리대학 교수들이 쓴 교재가 없는 상황에서 타 대학 교수가 쓴 교재 중심의 내용으로 시험을 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대학 이수옥(경영정보3) 학생회장은 “이렇게 시험이 진행되면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학생들은 교재 중심으로 공부할 수 밖 에 없다”며 “결국엔 수업을 열심히 듣는 사람 보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 시험점수를 잘 받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획일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번 시험 방식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경영대학측은 기말고사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들마다 강의 방식과 내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형식의 시험을 치르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강의가 교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평가방법이 획일적인 객관식 시험에 의존한다는 점은 고등학교 교육에 비해 조금도 더 나을 바가 없다. 경영대학측은 동일한 과목에서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다는 처음의 목적이 교육의 획일화라는 방향으로 변질될 위험은 없는지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