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왜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는가?

최근 들어 빈번해진 대학들의 학과 통폐합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가 꼽히고 있다. 현재는 정부가 대학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하고 현장실사나 인터뷰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객관적, 정량적 성과 지표에 의한 평가방식으로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지원을 위한 성과 지표는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졸업생의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등이 높아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대학 간 경쟁의 심화다. 노무현 정부는 대학 간의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학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경쟁력이 없는 전공들을 없애고 특정 전공들을 특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들어나기 시작했다.

▲ © 유현제 기자
결국 취업이 잘 안 된다는 인문계열이나 기초학문계열 등의 학과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서울대는 국사ㆍ동양사ㆍ서양사 3개 사학과의 통합을 검토하고 있고, 성균관대는 지원자가 적은 사회복지학과 폐지, 단국대는 독문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성신여대의 경우 학과 통폐합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학칙을 개정하였고, 동국대도 학과 통폐합 방안 발표로 논란이 일고 있다.

타대학 학과통폐합은 어떻게 진행됐나?

학과 통폐합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대부분의 대학들은 교수들과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성신여대는 실용응용ㆍ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학과 통폐합을 단행했다. 모든 야간 학과 폐지, 가족문화소비자학과와 심리학과 통폐합, 미디어정보학과와 컴퓨터정보학과 통폐합 등의 계획이 대학본부에서 정해진 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통보됐다.

이에 성신여대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학생들이 공청회, 시위에 이어 총장실 점거까지 하며 항의했으나 대학은 계획대로 일을 진행했고, 지금은 사후대책을 학생들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사후대책으로는 해당학과 학생들이 원한다면 자유로운 전과 또는 해당학과에서의 졸업 보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

성신여대 우정민(미디어정보4) 비대위 공동대표는 “많은 대응을 했지만 결국 통폐합이 결정됐다”며 “학과 통폐합 때문에 우리대학에 온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학과 통폐합 후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동국대는 매년 모든 학과를 평가해 평가결과가 저조한 하위 15% 학과의 입학정원을 10~15%씩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동국대 학생들 역시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고 문과대, 사회과학대, 이과대, 사범대 등을 주축으로 대응에 나섰다. 동국대 학생들은 교수들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하여 학교에 항의하기도 했다.

동국대 김정균 철학과 학생회장은 “학과로 보내진 공문을 보고 상황을 알게 됐다”며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학문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해도 되냐”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