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을 보면 매 반기마다 나오는 기사가 있다. 바로 “취업난 사상 최대!”. 예전같으면 대학졸업 후 으레 들어가던 곳이 회사였건만 요즘은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주변에 취업한 선배가 있으면 존경과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운 좋게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나 역시도 후배들에게 그러한 눈빛과 함께 두 가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나는 “어떻게 취업하셨어요?”. 두 번째는 “취업하고 바뀐게 뭐예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묘하게 이어진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먼저 답하자면 바로 “온전한 장보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취업전에는 항상 장보름의 순수한 가슴으로 생각하고, 열정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계약관계”로 회사에 고용된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행위를 해야하고, 월급 받을 자격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나와 의견차가 있더라고 상사에게, 회사에게, 고객에게 함부로 덤빌 수는 없다. 왜? 그들이 날 고용했고, 월급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속에서 회사 이익을, 내 이익을 찾게 된다. 삭막하게 느껴지는가? 전혀 그럴 것도 없다. 취업하고 제일 좋은 점은 역시 “힘들고 괴롭고 슬퍼도 월급은 나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어떻게 취업하셨어요?”. 내가 쉽게 취업된 것을 보고 많은 주변사람들이 놀랐다. 면접을 보러가서도 면접관들을 내 스펙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취업준비를 안하셨나봐요?”. 하지만 반대로 비슷비슷한 경력과 스펙으로 중무장된 구직자들중에 내가 구제된 것은 대학시절을 “온전한 장보름”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취업을 위해 사회활동을 한 여느 사람들과 달리 난 정말 어떤 세계에도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이 특권을 누리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런 점은 토론면접에서, 인성면접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사회문제, 정치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가슴아파하고 뭔가를 바꿔보겠노라 의기양양하게 돌아다녔던 그 시절의 모든 경험이 결국은 내가 진짜 사회인이 되는데 소중한 거름역할을 한 셈이다.

그래서 내가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대학시절만이라도 모든 관점과 목적을 '나’로 두자. 취업을 위해서 하고 말고가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에 관심을 가져보자.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산 광우병 얘기에 온몸이 흔들거릴만큼 충격을 받았지만 회사일이 바빠 한번도 집회에 나갈 수 없었다.)

취업하는 순간부터 내 인생의 2쿼터가 시작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세계에 속하게 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한다. 그리고 그 굴레에는 늘 날 고용해 준 회사와 돈이 개입된다. 슬프지만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진짜어른, 진짜사회인이다.

그러니 지금은 진짜 나로 살 수 있는 유일한(마지막) 기회이다. 한창 젊고 팔팔한 나이에 진짜 나로 살 수 있음을 감사해하며 ‘온전한 나’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고 파이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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