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초점이 베이징으로 쏠려 있다. 주요 경기를 시청하느라 하루 종일 TV를 켜놓고 있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만나면 메달을 딴 선수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린다.

어딜 가나 올림픽 중계 장면을 틀어놓고 연일 재방송을 내보내는 요즘, 며칠 전에 들린 슈퍼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겠다. 살 물건이 있어 동네 슈퍼에 들렀는데, 온 국민이 환희에 가득 찼던 박태환 선수의 400m 자유형 경기 재방송을 틀어놓고 있었다. 고른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는 순간, 주인아저씨께서 갑자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마 이명박이 저기 갔으면 박태환은 금메달 못 땄을 거여."잠시 의아해진 나는 이내, "하긴 대통령이 선수들 경기하는 거 지켜보고 있으면 엄청 부담스럽겠네요."라고 말했으나, 아저씨께서는 "아니지~아 이명박이 저기 가서 보고 있으면 재수가 없으니까 금메달 못 따는 거지. 아 저번에 핸드볼 보라고, 이명박이 구경해서 비긴거래니께."아저씨와 나는 한바탕 웃었고, 그 뒤 나는 매일 보는 신문에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그 아저씨의 말을 떠올렸다.

국민들의 시선이 베이징으로 향해있는 동안, 국내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공영방송 KBS 정연주 사장 해임 건을 어떠한 여론 수렴도 없이 3일 만에 대통령의 사인으로 통과시켰으며, 차기 사장으로 MB의 정책과 입장을 충분히 대변할 만한 인사를 내정하기 위한 밀실회의를 통해 언론장악의 야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전 8월 15일 광복절에는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단체와 함께 광복이 아닌 ‘건국’이라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앞세워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감사 한마당’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그날 열린 815 100번째 촛불집회는 파란색소물대포와 사복경찰의 무차별 연행으로 강경 진압했다. 더구나 815 특별 사면으로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횡령 재벌과, 탈세 언론 사주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기존에 이루어진 코드인사 뿐만 아니라 코드사면이 대두되었다. 처사촌 김옥희씨가 벌인 공천비리 문제도 증거를 무시한 채 일단락되었다.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후 올림픽 선수단 도심 퍼레이드를 준비하면서까지 그들의 공로를 치하하고자 하는 것을 알만하다. 이제 2008 베이징 올림픽은 끝이 났다. 그러나 그동안 스포츠를 통치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준 그들을 위해 꽃가루를 뿌릴 준비를 할 때, 기륭전자 단식 조합원 두 명은 겨우 목숨을 연명하게 해준 소금가루 조차 거부하다가 결국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러나 3년이 넘어온 투쟁보다 30일이 채 안 되는 올림픽에 이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소식이 묻혀버렸다.
그 슈퍼 주인아저씨께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저씨, 대통령한테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요. 차라리 가서 올림픽이나 보고 있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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