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 인문학은 ~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40%는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경쟁과 단기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사회풍토 때문에, 책 한 권 읽을 여유도 없는 현대인의 삶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메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와 같이, 현대인들의 황폐해진 마음을 적셔줄 무언가는 없을까?

서유석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황폐해져가는 사회에서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라며 “인문학과 인문정신은 사회와 개인에게 삶의 방향과 의미를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인문학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강성원 인문학박물관 학예실장은 “인문학은 단순히 문학, 역사, 철학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삶을 개척해나가면서 관계하는 모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과 가장 가까워야 할 인문학이 현대에 이르러 인간과 가장 먼 학문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지난 9일, 우리대학 문과대 학우들이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중동학과의 폐과를 논의하는 교무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학업을 뒤로 하고 한 곳에 모였다. 앞선 두 학과의 교수들은 “두 학과는 단순한 지역학이 아니라 언어ㆍ문화ㆍ예술ㆍ종교 등을 포괄하는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한다”며 해당학과의 인문학적 중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비전이 없다”는 대답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병민(문과대ㆍEU문화3) 학생회장은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인문학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학문의 다양성을 지켜야 할 대학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사회에 만연한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인문학의 마지막 보루였던 대학마저 인문학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성원 인문학박물관 학예실장은 “인문학의 위기는 사람들이 경제논리에 치중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자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위에서 말한 진정한 인문학의 가치를 자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인문학을 배우고 느껴보는데 있을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우와 교수들이 느낀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서 들어보며 인문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자.

○박병민(문과대ㆍEU문화3) 학생회장
인문학은 제게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을 줬어요.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경영학과나 경제학과 등 소위 실용적인 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이 가끔 문과대 수업을 들어요. 그 학우들은 실용적인 학문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말해요. 인문학을 공부하고 난 이후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삶의 목적을 자신의 일에 반영해 나가면서, 점차 원하는 삶을 살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도 처음 대학에 들어와서 <그리스 로마신화>를 배울 때, ‘이런 학문을 어느 곳에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과목을 배우고 난 후에, 어떤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할 때 있어서 인문학적 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최창모(문과대ㆍ히브리중동) 교수
인문학은 우리에게 일감호와 같은 거야.

만약 경제학자에게 일감호의 가치를 물으면 정확한 가격을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일감호의 가치를 물어보면 어떻게 될까? 일감호가 보름달같이 우리들 마음속에 담겨있기 때문에 누구도 확실히 대답할 수 없을 거야. 인문학도 일감호와 같아서 그 가치를 느껴본 사람만이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어.

또 겉으로만 봐서 일감호는 실용적이지 않아. 하지만 일감호는 학생들의 인간성을 원만하게 하고, 삶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해줬어. 이렇게 인문학도 호수와 같이 당장 실용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사람들에게 여유로움과 기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

○서지인(문과대ㆍ국문3) 학우 - 문학동아리 ‘글꾼’ 회장
인문학은 제게 세상을 알게 해주었어요.

인문학은 사람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죠.

또 수많은 책들은 제가 다양한 지식과 상식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이렇게 쌓인 지식과 상식이 삶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다시 한 번 인문학은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혜미(문과대ㆍ국문3) 학우 - 2006년도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인문학은 우리의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줘요.

국문과 정운채 교수님의 <고전시가의 이해> 시간에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어요. 여건이 부족해 엉성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문학치료’를 위해서였죠. ‘문학치료’는 문학이 사람의 아픈 마음, 정신적인 문제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무서운 요즘 시대에 ‘문학치료’는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현재 실용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풍조 때문에 인문학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인문학에 담긴 ‘진심’을 원하게 되는 순간이 꼭 올 것이라고 믿어요. 그때를 위해서라도 인문학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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