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여태껏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컴퓨터 모니터에서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았을 때이다. 그만큼 나에게 또 우리에게 대학은 매우 커다란 꿈과 같은 존재였다.

대학에만 입학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선생님이 밑줄 그어준 것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그야말로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또 다른 세상은 열렸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매우 흉측한 세상이다.

지난 여름방학 때 학사구조조정 논의가 진행 중이며, 그 가운데 내가 다니고 있는 문과대학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중동학과가 폐과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는 학생 수가 적고 발전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대학에서 비인기학과를 폐과하는 사례들을 적지 않게 보아 온 터이긴 하지만, 우리학교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폐과의 대상으로 지목된 두 학과는 이미 지난 2005년 한 차례의 구조개편을 통해 각각 새롭게 신설, 확대 개편된 학과들로 이제 2년 6개월을 갓 넘긴 아기인 셈이다. 아기에게 젖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으면서, 자라지 않았다고 이제는 숨통마저 끊어놓으려 한다.

개편 이후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철저히 방치되었다가 이제야 겨우 걸음마를 떼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발상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먼저, 대학이 본연의 목적인 교육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도 교육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혹은 그 과정”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이 과연 학생들 한사람, 한사람의 가치를 키워주고 있는가? 오히려 그 반대로 저마다 제각각이고 다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가치를 획일적인 틀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진정 나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여 이기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살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오롯하게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자꾸만 타인들 사이에 있는 나를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대학이라는 곳에서까지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다.

또한 갈수록 대학은 학생들의 자치권을 무시하고 있다. 이번 문과대 학사개편 진행과정만 보아도 학생들이 없는 방학 중에, 사전에 대화나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학교가 하려는 대로 그저 끌려가기만 할 수는 없다. 당사자인 학생들 스스로가 직접 목소리를 내어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9일 행정관까지 들어가자, 그때서야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식 논의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학교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만 있다면, 결코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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