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여론 조성의 힘, 대학본부의 열린 자세 필요해

 

이번 학사구조개편 과정에서 폐과가 거론되고 있는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ㆍ중동학과 학우들은 하나같이 대학본부의 일방적 폐과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대학본부가 학과 학우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을 비민주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학교운영에 잘 반영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잘 말해주는 사례이다. 그렇다면 학우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학우들의 주장을 듣는 대학본부의 자세가 먼저 지적되고 있다. 학내 의사소통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학우들의 목소리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문과대 박병민(EU문화3) 학생회장은 “협의 자리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학우들에게 반발을 살 수 있으니 대화를 한다고는 하나, 실제로 대학본부가 학우들의 의견을 잘 듣지 않고 있다”며 학교의 태도를 꼬집었다.

학우들에 의해 선출된 학생회는 학생 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록금 협의 때처럼 학우들의 대표가 되어 대학본부와 학내 여러 사안을 협의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회가 학우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주지 못하면서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영대 김형중(경영4) 학생회장은 “학생회가 학우들을 대표한다는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학우들이 변하는 속도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중앙운영위원회처럼 학우 대표자들이 모이는 자리가 번번이 무산되거나 학생회가 학내 사안보다는 외부 사안에만 관심을 쏟는 것도 문제”라며 학생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회의 힘을 약화시켜 학생회가 대학본부를 상대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곽철은(공과대ㆍ기계공4) 총학생회장은 “학내 자치활동에 대한 참여율이 워낙 낮다 보니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건대신문>, ABS, 영자신문사 등의 학내 언론이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학내 소식을 전달하고, 올바른 여론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내언론 역시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관점을 담아내지 못하고, 기사를 쓴 이후 학우들의 반응까지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이러한 상황은 날로 줄어들어 가는 학내언론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과도 맞물려 있다. 영자신문사 정희경(정치대ㆍ정외3) 편집장은 “기사를 쓴 이후 학우들의 반응을 잘 잡아내고 그것을 다시 기사에 반영하는 것에 소홀한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학내 문제에 대한 학우들의 지나친 무관심도 눈에 띈다. 등록금, 학사구조개편 등의 굵직굵직한 학내 사안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학내 자치활동에 대한 참여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김형령(문과대ㆍ중문3) 학우는 “사회적으로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심해지고, 취업 문제 등에 계속 시달리면서 학내 사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러한 무관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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