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장안벌. 가을의 낭만에 젖어 장안벌을 거닐던 ‘가을남자’ 윤재는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오랜만에 잡아봤던 분위기가 깨지는 것을 느꼈다.

‘킁킁’, 이건 도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야?” 주위를 둘러보니 바닥에 널려있는 동그란 열매가 눈에 보였다. 자세히 보니 은행나무 열매였다. 은행나무 열매가 열려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왜 냄새가 날까?

은행나무 열매의 구조를 살펴보면 어느 부분에서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있다. 은행나무 열매는 외종피(열매껍질), 중종피(딱딱한 껍질), 내종피(식용으로 쓰이는 연한 부분을 덮고 있는 얇은 막)로 이뤄져있다.

냄새를 나게 하는 부분은 바로 외종피다. 외종피에는 ‘진코톡신’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바로 이 성분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 냄새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은행나무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종족보존을 하려는 본능 때문에 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지니고 있다. 은행나무 열매도 은행나무의 씨앗을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외종피에서 그런 고약한 냄새를 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나무에 붙어있을 때는 냄새가 나지 않고,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으깨지게 되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또한 외종피에는 ‘비오볼’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서 동물에게 옮기면 옻이 오르는 증상과 비슷한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시킨다.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비오볼이라는 독성물질과 고약한 냄새 때문에 수억 년 동안 은행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냄새가 나지만 이러한 냄새에도 소중한 생명을 지키려는 이유가 숨어있다. 또한 환절기에 기침이 날 때 은행나무 열매를 먹으면 좋다고 하니, 고약한 냄새는 잠시 참고 껍질을 벗긴 은행나무 열매를 볶아서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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