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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매 시대마다 변해가고 있는 것!"세계적인 서예가 소헌(紹軒) 정도준 동문을 만나다
양태훈 안상호 기자 | 승인 2008.10.09 18:47

추석연휴 첫 날. 모두가 고향을 향해 가고 있을 무렵, 한 서예가는 자신의 화실에서 묵묵히 고요함을 즐기고 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청년 같은 외모와 검은 도포가 인상적인 그. 바로, 수차례의 해외 초대전으로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서예가 소헌 정도준(경제ㆍ25회 졸) 동문이다.

“연휴인데 고향에 안내려 가시냐”고 말을 떼니, 정도준 동문은 내일 내려가도 된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태평함으로부터 호탕한 글씨의 형세를 떠올릴 수 있다. 화실 곳곳에 배치된 전통가구와 토기들은 옛것에 대한 정 동문의 애정을 가늠하게 한다. 처음 그에게 전통에 대해 물었을 때, 서예가라는 직업상 틀에 박힌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전통을 단순히 “옛 것을 보존하는 것으로 단정하지 말라”며 우리의 편견을 깨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축적된 전통을 바탕으로 어떤 걸 창조해낼지 고민하고, 항상 그 시대에 맞는 감각을 갖춰야 진정한 전통계승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전통은 “매 시대마다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전통에 대해 막연한 통념과는 달리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열린 사고를 기반으로 서예라는 전통에 전념해온 소헌 선생. 그가 생각하는 서예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는 “서예의 가치를 딱 잘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은 보통 서예의 가치에 대해 집중력 향상이나 인격수양을 떠올리는데, 이는 본질이 아니라고 한다. “서예는 글자 하나하나의 조형미와 글귀가 가진 심오한 의미 때문에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소헌 선생은 현재 한국 서단의 초대작가이며 심사위원급 서예가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후진 양성에도 열심인 그에게 서예계의 현 상황을 물었다. 그는 “내가 서예를 시작했을 당시보다 서예인구가 많이 증가했지만, 요즘 대학 동아리라든지 젊은이들의 활동은 미비한 편이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젊은이들의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저변인구가 취약하다는 뜻이다.

그는 서예를 비롯한 전통문화 전반이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면서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나 장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또한 감수성이 예민한 유소년 시기에서부터 서양예술을 접하기 때문에 일종의 고정관념이 생겨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하나의 문화양식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서예의 가치를 비롯해 전통문화를 잘 계승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우리 것에 친근해져야 하고 이런 기회를 많이 갖게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그는 전통을 잇는 장인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예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헌 선생은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이는 문화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자국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외국 청년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외국에 우리 전통문화를 떳떳하게 소개할 수 있도록 젊은이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소헌 정도준 선생. “하나의 획을 완성하기 위해 만개의 선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도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류 문화에 한 획을 긋기 위해 정말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양태훈 안상호 기자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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