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값이 너무 비싸요. 한 권당 8만원 하는 교재도 있어요. 너무 비싸다 보니 너도나도 복사와 제본을 해서 그 가격 그대로 교재를 구입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어요."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생명과학과의 한 학우는 교재 값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학우들은 교재 값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교재 값은 왜 비싼 것일까?

교재 값이 한 학기에 15만원

우리대학 교수들이 주로 쓰고 있는 교재들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약 2만원에서 3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대학 구내서점과 인서점 등에서 제공해 준 자료에 따르면,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교재들의 가격은 대체로 2만원에서 3만원 대였다. 법과대에서 많이 쓰는 <기본강의헌법>은 43,000원에 달했다.

학우들은 대체로 교재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다. 김기태(수의과대ㆍ수의예1) 학우는 "한 학기에 전공서적과 교재를 다 사고 나면 15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린(상경대ㆍ소비자정보1) 학우도 “전공서적을 사는데 한 권당 3만 원 정도 든다”며 교재 값이 비싸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비싼 교재 값으로 인해 학우들은 교재를 잘 사지 않고 있다. 우리대학 구내서점에 따르면,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교재 10권의 평균 판매율은 약 43.7%에 불과했다. 회계원리 수업에서 쓰는 교재인 <회계학원론>(28,000원)은 들여온 책 중에서 23% 정도 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복사와 제본을 통해 부담을 줄이려는 학우들도 있다. 오창신(공과대ㆍ산업공3) 학우는 “다니고 있는 학과 내의 학생들이 거의 다 교재를 제본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책이 많이 비싸서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서점 관계자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보니,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학생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고 전했다.

일부 교수들은 제본을 하거나 직접 교재를 만들기도 한다. 형제문화사 관계자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수가 교재를 만들거나 제본을 한 후 원래 책값보다 싸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파워포인트로 수업을 진행하는 손동권(법과대ㆍ법) 교수는 “학생들이 교재를 못 사도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강의보조자료를 파워포인트로 만든 후 인터넷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책값을 이대로 유지하기도 어려워

출판사들은 종이가격을 비롯한 제작비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서 올해에 이르기까지 종이 값은 매달 5~10% 올라 왔다. 교재를 많이 편찬하는 나남출판사 관계자는 “종이 값을 중심으로 잉크 값 같은 제작비가 크게 오르면서, 교재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출판사들은 판매량이 준 것 역시 책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대학 구내서점 관계자는 지난해 2학기 대비 교재의 판매량이 20%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교재를 주로 출판하는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는 “교재는 아무리 찍어내도 몇 권 나가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좀 더 싸게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원가는 오르고 판매량은 줄어들면서, 출판사들은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재 값의 구성을 살펴보면, 교수들이 받는 인세 10~15%, 서점이 받는 이윤 15%에 물류비용과 제작비를 뺀 돈을 출판사들이 받는다. 종이가격을 중심으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판매율이 떨어지면서 출판사들이 이윤을 남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출판사들이 교재 값을 더욱 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법문사 영업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선, 책을 찍어낸 후 적자나 나지 않으면 다행이다”며 출판업계의 어려움을 전했다.

한편으로는, 교재가 어느 정도 독과점적인 성격을 지닌 것도 비싼 교재 값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공학 교재를 주로 출판하는 인터비전 관계자는 “한 과목에 대한 교재를 여러 출판사가 동시에 출간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한 과목의 교재를 한, 두개의 출판사만이 출간한다”며 “이런 상황 역시 교재 값의 인상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이번학기 교재값 지출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