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민족이 어떤 역사를 만들어 왔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이번 여름 방학, 우리는 ‘민족’이라는 두 글자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그리고 바치고 계신 분들을 만나러 일본을 방문했다.
우리의 주제는 ‘일본 내의 조선 학교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 이었다. 조선학교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우리가 잡게 된 이유는, 지난 학기 수강하였던 ‘독립영화와 세상 바로보기’라는 수업에서 <우리 학교>라는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었고, 그것을 제작하신 고영재 프로듀서께서 말씀해주셨던 일본 내 조선학교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에 상당히 고무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민족과 일본에서의 재일동포에게 민족의 무게감은 상당히 다르고 그들에게 ‘민족’을 언급하는 자체가 하나의 정신적 각성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일본에서의 첫 방문지는 ‘동포상담센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재일조선인총연합회(이하 총련)의 지부로도 사용되고 있는 곳이었다. 그 곳의 센터장이신 문팔지 선생님께서는 평생을 교육자로 지내시고 동경 조선 제4초중급학교의 교장으로 퇴임하시고 조국의 부름에 의해 계속 일을 하고 계신 거라 말씀하셨다.

문팔지 선생님께서는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민족의 말인 조선어를 배우는 동시에 생활을 위해 일본어를 배운다. 이런 언어생활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는 통일 조국이 되었을 때 이들이 조국과 일본에 대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힘써 조선학교를 세우고 지킨 목적은 눈 앞에 와 있는 통일이 되면, 우리 다음 세대가 통일 조국에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하는데 있다. 이들이 조선어, 일본어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서 배워야 하는 영어 학습을 통해 국제화 시대의 인재로 자라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라는 말씀을 남겨주셨다.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척하기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본어와 영어를 배운다는 말씀은, 같은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들게 했다. 통일을 준비하는 이들이 기개를 펼칠 수 있는 곳, 그곳은 오직 통일 조국이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은 필요충분조건이었다.

처음 만난 북한사람이었지만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무수히 많았다. 그 중 하나가 통일에 대한 희망이었다.

다음 방문지는 한국 사회에서도 ‘에다가와 재판’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에다가와 조선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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