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위기’, ‘고액등록금을 비관해 자살한 대학생’, ‘묻지마 범죄’ 등 신문을 펼칠 때마다 우울한 소식들을 접하는 요즈음이다. 그러던 중 지난달 25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페스티발을 다녀왔다. 그 행사는 시청광장의 촛불집회를 계승한 행사 중 하나로 ‘촛불시즌2’라 칭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곳에서 촛불집회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떠올려 보았다.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고, 믿는 바를 위해 열심히 집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산쇠고기는 수입이 되고, 정부의 태도에도 큰 변화가 있지 않자 허무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순수에서 출발한 참여였지만 어느 언론에서 지적하는 것과 같이 스스로 정치적 목적을 띈 무기로만 촛불을 여긴 건 아닐까?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마음을 비우고 모든 과정을 지켜보자고 마음먹었다. 각종 단체들의 천막부터 골든벨, 가요제 행사 등 마치 대학축제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느 촛불집회 때와 다를 것 없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이었다.

주제가 약하고, 내용이 논리정연하지 않더라도 진심을 담아 얘기하는 시민들. 그리고 그 진심에 호응하는 또 다른 시민들. 그곳엔 진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는 “진짜 사람”들이 있었다.

시민들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모금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몇 달간의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힘을 모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휴머니즘’, ‘자발적 민주주의’라는 것들이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훈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온 필자는 이제 우리학교로 눈길을 돌렸다. 캠퍼스의 활기에 가려진 그림자 속엔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안은 학우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연습공간이 없는 동아리’, ‘일방적으로 학과폐지를 통보받은 학우’, ‘비싼 등록금 탓에 휴학하는 학우’. 또한 나의 생각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엔 분명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말하는 이도 들어줄 이도 없는 공허한 메아리는 상처투성이 멍 자국이 되어 꿈 많은 젊은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제 곧 선거철이 다가온다. 학내에서도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모두가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작은 광장’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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