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토방보리밥을 찾아서

건국대학 주변의 음식점 중 단연 으뜸으로 꼽혀야 마땅하지만, 이곳의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영업하지 않으시는 이유로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 이유로 단골들만이 즐겨 찾는 곳이다. 본 기자에게 있어서는 꼭꼭 숨어있다는 점에서 더욱 정이 가고 맛집을 찾아내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위치가 건대 후문임에도 불구하고 건대 학생들도 거의 이 집을 모르고 있다. 하지만! 이 집의 별미 “콩나물국밥” 한그릇이면 밤새 술을 마셔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사람도 속이 시원스레 풀리고, 힘이 불끈(?) 솟아오를 지경이란 소문에 진상을 확인해 보았다.

“토방보리밥”은 그다지 숨겨진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그리 멀리 있지도 않았다. 건대 후문으로 나와 첫 번째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 죽 직진하면 화양리로 빠지기 전에 “토방보리밥”이라는 플랑카드가 붙어있다. 그러고는 간판하나 없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양쪽의 양옥 건물 사이에 이상한 문이 하나 있다. 각목과 철사로 만든 이문은 문의 구실보다는 간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 안쪽으로는 곱게 깔린 자갈 위로 나무 징검다리가 예쁘게 깔려 있고 주위의 소란스럽지 않은 화분들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게 둘이 나란히 걷기에는 좁아보이는 길을 지나면 미닫이 문이 있고 그 안쪽으로는 드디어 “토방보리밥”집이다. 천정에는 창호문과 한지로 인테리어를 해놓아 향토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토방’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벽이 모두 황토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깊은 운치를 느끼게 한다. 전반적인 느낌은 인사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민속밥집의 정서이다.

이 곳의 식사는 찾은이의 마음을 더욱 흡족하게 한다. 열무김치보리밥의 구수하고도 담백한 맛은 학교주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제대로 된 맛’을 감상할 수 있고, 별미인 콩나물국밥은 쓰린 속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학교 주변의 식사는 학생을 상대로 하는 장사여서 인지 대부분 다소 저렴한 가격에 조미료 듬뿍의 자극적인 맛 일색이다. 반찬 또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되니 좀처럼 식사다운 식사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곳의 식사는 맛보지 않고 눈으로 보아도 담백하고 정갈한 것이 조미료 따위로 입맛을 자극치 않으려 함이 보인다. 이미 극도로 짜고 매운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에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한술 두술 뜨다보면 어느새 시골의 정성스러운 할머니의 밥상이 느껴진다. 보리밥  5000원이라는 가격이 비교적 부담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점심 저녁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소화하기 위해 대량생산되는 식사들에 비하면 황송한 가격이 아닐까?  

학생들의 식사는 주로 후문에서 해결하는데 그 수많은 밥집이 고작 분식점 정도의 식사를 제공하니 학생들도 질릴 지경인 것이다. 뜨거워지는 날씨에 지칠 무렵 학교의 복잡한 공간이 아닌 또 다른 공간으로 느껴지는 이곳에서 입맛을 다시 한번 살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이곳의 좁쌀동동주와 순두부녹두지짐으로 토방의 운치를 마시는 것도 좋은 휴식일 듯. 

                  메뉴

  • 열무김치보리밥  - 5,000
  • 손만두국  - 5,000
  • 콩나물국밥  - 4,000
  • 해물파전  - 10,000
  • 좁쌀동동주  - 5,000
  • 수육  - 15,000
  • 순두부녹두지짐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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