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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그리고 우리 하나 - 세번째 이야기
권현우(정치대ㆍ정치학부1) | 승인 2008.11.24 22:34

일본에서 한글을 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조선대학교’라는 말을 보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단지 한글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웠다. 하지만 입구로 들어가면 건물들 위로 붉은 색 바탕에 흰 글씨로 ‘김일성 대원수님 만세’라는 글이 적혀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저 이름조차 입에 담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 법은 살아 있지만 그 법은 우리가 조선대학교에 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저 문구를 읽는 것을 막지 못했다.

사전에 연락을 해둬 조선대학교 공보부장 김양승 선생님께서 우리를 맞이하셨다. 공보부는 우리 표현으로 홍보부를 의미한다. 국적은 북한이지만 남한의 표준어를 사용하시는, 인텔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분이셨다. 김양승 선생님의 안내로 조선대학 관내를 둘러보았다. 다양한 건물들이 있지만 새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은 지난 조선대학교 설립 50주년 기념식에 맞춰서 북한에서 지어준 건물이라고 하셨다. 운동장에 깔려 있는 잔디 역시 같은 시점에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조선대학 내에 있는 ‘조선역사박물관’은 북한에서 설립한 유일한 해외 대학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국보급 자료들이 상당수 전시되어 있다.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이나 자료의 대부분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 고구려’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영토의 특성 상, 태조 왕건이 개성에 창건한 고려, 그리고 그 기원이 되는 고구려의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북한의 주체사상은 고려사, 고구려사를 깊이 연구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말씀을 김양승 선생님께서 하셨다. 상대적으로 남한의 영토에 기반하고 있는 조선이나 신라는 ‘자주’보다는 ‘종속’의 뉘앙스를 가진 국가로 가르친다는 이야기도 전해 주셨다. 이를 통해 동일한 영토에서 이뤄졌던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중점적으로 연구되는 국가가 달라질 수 있고, 역사의 왜곡이라는 것은 사실을 고의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시각의 차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북한의 지도를 박물관에서 보았다. 북한의 지도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나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북한의 영토였다. 우리나라 지도에 북한이 우리나라 영토로 되어 있는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북한 역시 그랬다. 어느 지도가 옳은 지도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둘 다 틀리게 그려진 것은 아닐까? ‘다르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틀리게’ 그려진 것.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우리는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통일은 이미 우리 코앞에 와있다. 통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입고 있던 옷을 벗을 필요가 있다. 가식과 전쟁의 피로 얼룩진 옷을 벗어버리고 다시 맨몸으로 만나자. 쌍둥이 형제가 처음 만난 자궁으로 되돌아가자.‘ 우리가 벗어던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다음 방문지는 ‘코리아 국제학원(KIS)’이다. 남한, 북한, 일본의 학생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신생 학교를 답사할 예정이다.

권현우(정치대ㆍ정치학부1)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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