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도구가 된 스펙이 대학생의 삶을 위협한다

대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문을 배우고 인맥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이처럼 요즘 대학사회, 나아가 사회 전체에서 출신대학, 각종 성적, 다양한 경험 등 개인의 모든 것이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지고 있다.

개인 기록 명세인 스펙이 취업을 위한 도구가 되다
스펙은 상세한 명세서를 뜻하는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전공ㆍ학력ㆍ해외연수경력ㆍ자격증ㆍ토익점수 등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모든 항목을 뜻하는 신조어다. 일종의 ‘개인 기록 명세’란 의미다. 위와 같은 스펙을 추가하고 높이는 일을 ‘스펙을 쌓는다’고 표현한다. S사에 취업한 한 학우(경영대ㆍ경영4)는 “스펙은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며 역량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스펙을 쌓는다는 것은 개인의 능력을 계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스펙 쌓기는 능력계발보다는 취업준비의 도구가 됐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우리대학 학우를 대상으로 학생회관과 도서관에서 진행한 스티커 설문조사에 따르면, 485명의 학우 중 87%가 스펙이 필요하거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385명 중 64%의 학우가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고 답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고 응답한 학우는 22%에 불과했다.

스펙에 돈도 마음도 모두 빼앗겨버린 대학생
스펙 열풍은 대학생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08년 대학생 직업선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이 스펙을 위해 1인당 월평균 28만원을 지출하며, 취업준비기간을 최소 6개월로 잡아도 168만원으로 가계에 부담이 될 수준이다’라고 한다. 김준호(동생명대ㆍ동물생명1) 학우는 “스펙을 쌓기 위해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을 가려는 선배들이 많다”며 “하지만 가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기회를 포기하거나, 가더라도 심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스펙 열풍은 비용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대학생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대학생의 취업 관련 현황을 조사하는 강민정 연구원은 “과열된 스펙 열풍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들의 심적 부담이 점점 커져간다는 것이다”며 “취업 스펙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될수록, 대학생들의 부담은 커지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학우(상경대ㆍ경제2)는 “취직하길 원하는 직무에서 영어가 필요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영어능력을 요구하니 영어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경쟁을 강요한다”고 이야기했다.

스펙 열풍의 피해자는 대학생만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대학생의 피해뿐만 아니라 스펙 열풍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스펙 열풍으로 인해 실무능력 개발에 소홀했던 대학생을 선발해, 직무에 적응시키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강소현(건축02졸) 동문은 “학점과 토익 등의 스펙이 기업 실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었다”며 “스펙만을 기준으로 직원을 채용할 경우 기업도 손해다”고 단언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스펙 열풍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 취업시장에서 요구하는 충분한 능력을 갖췄지만 불안심리 때문에 계속 스펙을 쌓는 대학생이 많다.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대학생이 일정기간 취업준비생으로 남아있는 바람에 발생하는 사회적인 인력 손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취업지원팀 권용석 팀장은 “실제로 월급이 많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오랜 시간 스펙을 쌓거나, 취업이 가능해도 스펙이 낮다고 생각해서 휴학하는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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