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된 금융문제가 어느새 세계적 금융위기, 더 나아가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런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 몇몇 대학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분담하겠다는 의지로 ‘등록금 동결’선언을 한 것이다. 성신여대에서 시작된 ‘등록금 동결’의 바람은 고려대, 한양대 등 사립대학들을 넘어 서울대 같은 국공립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 대학은 학교운영비 절감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말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이라는 기쁜 소식이 우리대학에서는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전국 18개 주요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 장관은 총장들에게 경제위기 분담 차원에서 등록금 동결을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대학도 몇몇 있다. 우리대학은 안타깝게도 이 중 후자에 속한다.

우리대학은 지난 9월 발표된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06 회계연도 경영분석 결과,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대학본부에서는 우리대학의 재무건전성을 이번 학기 내내 자랑했다. 우리대학의 재무상태가 건전하다고 지난 3개월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내외에 천명하면서도, ‘모두 함께 고통을 분담하여 위기를 벗어나자!’는 ‘등록금 동결’선언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군대, 휴학 등을 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이 이러한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학생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3년 만에 처음으로 11월에 총학생회가 세워졌기 때문에 등록금협의회에서 학생들의 입장을 강력히 대변할 수 있는 구심점이 생겼다. 마침 이번 42대 총학생회의 공약이 등록금 동결이기 때문에 대학본부가 등록금을 올리려 해도 강력히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대학본부는 재정악화를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제시해왔다. 때문에 등록금이 동결되면 당연히 대학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가시화된 경제위기를 고려하면, 대학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학의 살림은 긴축재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매년 등록금을 인상할 때마다 대학본부가 강조한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대학구성원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함께 인내해야 한다. 대학본부는 학내 중요 구성원인 학생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등록금 동결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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