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인 것처럼 묘사되어 왔고, 지금 남한과 북한의 군사력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도 그런 주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생각의 밑바탕에는 북한을 하나의 미치광이 국가로 보는 관점이 깔려있다. 군사력이 아무리 작아도, 승리할 가능성이 없어도,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 북한은 질게 뻔한 전쟁마저 좋아하는 미치광이 국가일까?

 북한을 이야기할 땐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남북관계 역시 북미관계에 큰 영향을 받아 왔다. 미국은 북한을 악마화하는데 가장 앞장서 왔는데, 조지 부시는 ‘악의 축’ 발언을 하며 북한을 하나의 축으로 언급했다.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는 등 북한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일까? 우선 북한이 억압적이고 비민주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은 억압적이고 비민주적인 다른 국가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와 같은 국가들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이 먼저 미국을 적대시한 것도 아니었다. 김일성은 1992년에 “미국에 가 낚시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싶다”고 말했고 김일성의 뒤를 이은 아들 김정일도 2002년, 당시 일본 총리 고이즈미를 통해 “부시 대통령과 밤새 목이 쉬도록 노래부르고 춤추고 싶다”는 말을 전달했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군대가 아니라면 한반도에 미군이 남아 있는 것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표명해 왔으며, WTO나 아시아 개발은행에 가입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북한을 적대시해 온 것은 미국이 주도했던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악마화해 온 진정한 이유는 동아시아에 군사적인 개입거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개입은 무엇보다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강조된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것은 이제 북한만이 아니라 유연하게 다른 국가에도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군사기지가 필요한데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은 좋은 명분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기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쓴 데에는 미국이 중동에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만약 핵실험이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북한은 절대 그것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이 난다면 북한정권은 붕괴되고 김정일은 후세인처럼 처형되거나 빈라덴처럼 숨어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 뻔하다. 물론 동시에 끔찍한 남북한 민간인들의 희생이 동반될 것이지만 그것으로 북한이 이득을 볼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한반도에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크고 자칫 현실이 될 뻔한 적들이 있었다. 김일성 사망 전에 미국은 전쟁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김일성의 죽음으로 인한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어 철회된 적이 있었다. 또한 미국은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수렁에 빠져있는데, 만약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승리했다면 그 다음은 북한이 전쟁무대였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지 않은 데에 우리는 중동의 저항세력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나 미국의 정권은 나름의 정치적 계산을 해왔다. 이것은 그들이 단순한 전쟁광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들이 나름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의 이해관계일 뿐 북한이나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 국민들에게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도 못했고, 북한의 선군정치는 굶어죽는 사람들보다 군사비에 더 많은 비용을 쏟아 붓게 하고 있다. 우리는 둘 다 문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둘 중 미국에게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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