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도에서 2005년도까지 우리나라의 사립 고등교육기관의 연평균 수업료는 7,406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962만원에 달한다(1달러=1300원 기준). 같은 해 체코의 사립대 학생들은 연간 3,145달러를 수업료로 지불했다. 아일랜드의 대학생들은 수업료를 일체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등록금이 이렇게 비싼 것이 대학만의 책임일까?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정부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지원은 세계의 여러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005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단계의 공공재원 부담률은 24.3%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같은 해 독일의 공공재원 부담률은 85.3%, 덴마크는 96.7%였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교육비의 3/4 가량을 국가의 지원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대학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07년 자금계산서(예산)를 보면 우리대학의 약 1983억 원에 달하는 예산 중 국고보조금은 2억 3천만 원에 불과했다. 백분율로는 0.1%에 불과하다. 예산의 상당 부분은 등록금(약 1493억, 75.3%)과 법인전입금(약 160억, 8.1%), 교육부대수입(약 143억, 7.3%)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학자금 대출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중금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금리로 학우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2008년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는 역대 최고 수준인 7.8%로 확정됐다.

높은 금리로 인해 학자금 대출은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생 신용불량자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은 제도가 시작된 2006년 607명에서 2008년 8월말 6454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유럽의 등록금 후불제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대출을 민간에 의존하다 보니 향후 상환의 책임을 학생들이 모두 짊어져야 한다”며 현 학자금 대출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정부가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막지 않으면서 등록금 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형(사범대ㆍ수교3) 학우는 “일단 등록금을 많이 올리고 대출을 늘리는 것으로는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학우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등교육 예산을 지금보다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박지현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내리면서 5년 간 75조원이 감세된다”며 “이런 돈만 교육예산에 투자해도 등록금 부담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적으로도 학우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등록금 상한제가 있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의 상한선을 정하거나 인상률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이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이하 등록금넷)에서는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3개월분으로 한 등록금 기준액과 그 등록금 기준액의 1.5배의 범위 안에서 등록금을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학자금 대출을 개선하는 것 역시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출 금리에 차등(무이자 및 저리)을 두는 것 외에 모든 계층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에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신청자격, 한도, 이자, 생활비 보조 등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학생의 학력, 가정형편, 통학 여부 등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다르며 무이자 대출이 아닌 경우 연리가 최대 3%를 넘지 않는다.

정부가 위와 같은 정책들을 실시하고 교육예산을 늘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고등교육 예산을 국민총생산(GDP) 대비 1.1%까지 확대하여 대학과 대학생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약 12조 6천억 원에 달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 사업에 쏟는 예산은 총 14조원이다. 현 정부가 대학생들이 겪는 등록금 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 정부와 정당들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수의과대 윤홍지(수의예1) 학생회장은 “정부가 대선 당시 약속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싸우지만 말고 등록금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화기와 망치가 오가는 정쟁 대신에 10년 후에 국가를 이끌 대학생들의 가장 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힘을 쏟을 때다.

참고: <2008 국정감사 정책 자료집 ④ ‘대학 등록금 경감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 국회의원 안민석(민주당/교육과학기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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