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 들어서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어 사람들의 문화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문화생활을 잘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우들이다. 2000년 한국장애인문화협회가 실시한 장애인 문화욕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우 중 28.7%만이 문화생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65%의 장애우가 현재 문화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장애우들의 문화접근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우문화센터에서는 5년째 ‘문화 1% 확보운동’이라는 것을 벌이고 있다. 문화 1% 확보운동이란 평소 문화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우들에게 문화공연 관람기회를 제공하여 이들의 외부활동을 독려하고, 불편을 겪는 부분들을 점차 줄여나가기 위한 것이다. 장애우문화센터에서는 매월 평균 2,3회의 공연에 장애우들을 초대하여, 이들에게 문화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2월 28일에는 여러 장애우들이 장애우문화센터의 도움으로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지하 새천년홀에서 열린 가수 최재훈의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에 참석한 장애우 양경숙(35)씨는 “장애우석을 따로 마련한 곳이 드물기 때문에 맨 앞이나 끝에서 구경하기 마련”이라며 평소 문화활동에서 느낀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나마 이날 공연은 장애우문화센터에서 공연 기획사측에 계단에 나무판자를 놓도록 요청하여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이 콘서트장 중간 좌석으로 이동할 수 있게 배려했다. 하지만, 공연 도중 분위기에 이끌려 좌석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일반 관객들 때문에 지체장애우들은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난감해하기도 했다.

장애우문화센터 이태준 활동가는 본인도 장애우이지만 문화 1% 확보운동에 직접 나서서 공연에 온 장애우들에게 표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는 문화센터에서 일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장애우로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직접 자기 경험을 표출함으로써 비장애인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 1% 확보운동을 시작한 5년 전에 비해 공연 기획사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편”이라고 말했다. 전에는 공연 기획사측에서 선심 쓰듯 초대해줬지만, 지금은 불편사항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면 최대한 배려해주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이번 공연은 주로 지체장애나 뇌병변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이 초대됐지만, 다른 유형의 장애를 지닌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학로에서 공연된 <슈퍼맨처럼>이라는 뮤지컬은 한글자막과 함께 수화통역이 이루어져 초대된 청각장애우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

71.8%의 장애우가 가장 큰 문화활동 저해요소라고 답한 미비한 편의시설(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01)에 대한 개선도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도 문화의 전당은 귀빈석 근처에 휠체어 전용석을 마련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안내판을 설치했다. 또한, 경기도 의회에서는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사전점검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여 장애우의 문화접근성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일부에 불과하며 장애우의 문화접근을 막는 요소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장애우들의 문화접근권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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