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움직임에 우리대학도 늦게나마 가세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이 대학본부의 등록금협의회(아래 등협) 무산 논리로 이어져 안타깝다. 대학의 한 해 살림을 꾸려가는 재원인 등록금을 학우들의 의사반영 없이 대학본부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하게 된 것이다.

대학본부는 등록금이 동결되기 때문에 협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등협은 등록금 인상률의 폭을 정하는 자리인 만큼 지금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통보를 전해들은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위원들은 “대학본부는 등록금 동결을 구실로 학우들과의 소통마저 단절하려 한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한 많은 학우들도 등협은 학우들과 대학본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자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등협은 단순히 등록금의 ‘인상률’만 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학교와 학생이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해를 준비하는 자리다. 등협에서 학우들과 대학본부는 서로에게 적정한 등록금의 선을 정한다. 등협은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제도적인 장치다.

그리고 등록금에 대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어야 한다. 등록금은 상황에 따라 인상될 수도 인하될 수도 또는 동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본부의 논리는 등록금이 인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위험한 처사다.

마침 서울지역대학생연합(서대련)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10여 년 전의 IMF 사태보다 혹독한 경제 한파를 고려할 때, 등록금 동결은 그저 대학의 생색내기라는 주장이다. 많은 가계에는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마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본부가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1월 8일에 열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아래 전학대회)에 앞서 등록금 인하 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대학본부에서 대화의 창을 마련하지 않으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대학본부는 학우들의 움직임도 못 본 척 넘어갈 셈인가.

대학본부는 등협 대신 예산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우들은 그저 설명회를 듣고 박수치는 수동적인 관객들이 아니다.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우리대학 주체의 한 기둥이 바로 학우들이다. 대학본부는 학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협의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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