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방학, 캄보디아로 생애 첫 자유여행을 떠났다.

4 년 전쯤 단체로 여행사를 통해 태국 푸켓에 다녀 온 적은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용을 모으고 내가 직접 여행 계획을 세워 간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것보다는 비용도 더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준비할 것도 많고 여행지에서 헤매기도 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사서 고생한다고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 5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후회한 적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 안내원의 정해진 경로에 따라 단체로 다니다 보면 유적지에 대한 이해는 높아지고 편리할진 모르나, 진정으로 해당 국가의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는 잃어버리기 쉽다. 3박4일의 짧은 일정의 셋째 날 우연히 캄보디아 소년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소년은 14살로 지금은 고아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영어 선생님이라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첫 번째 놀라운 점은 소년과 영어로 대화했는데 비록 둘 다 유창하진 못했지만, 나보다도 발음이 좋았음은 물론이고 내가 14살 때 보다 영어를 더 잘해 부끄럽기 까지 했다. 더 나아가 아시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인 캄보디아의 14살 소년도 영어를 제법 하는데, 왜 세계13위 경제력이자 영어 교육열은 최고 수준인 한국의 많은 학생들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드물까? 꼭 많은 외화를 들여 해외어학연수를 가야지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캄보디아 소년은 고아원에서 책과 펜 하나만 가지고 공부했는데... 등등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기도 했다.

다음은 소년은 부모님이 모두 에이즈로 돌아가셨다고 말하면서 전혀 슬퍼함이나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분명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또한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비록 지금은 사진 한 장이 소년과의 추억의 전부지만 내게 많은 자극을 준 것 같았다. 이 자유여행을 통해 학교와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못한 것들을 배웠다. 어느덧 다시 방학이 다가왔다.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과 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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