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당선작 - 시ㆍ시조 부문

                                 저수지 거울                                                                              

                                                                                    유시은(상경대ㆍ경제2)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저수지는 꼭 작은 거울 같았다
거울은 한 번 스쳐간 모든 것들이 자라나는 곳이기도 했지만
한 번 스쳐간 것들이 되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물속에서 잘 자라는 나무
저 곳 나무들의 키는 모두 같다
한 번도 수면을 뚫고 빠져 나온 적이 없는 나무
바람이 그 나무를 구기고 있다
몇 해 전 저 속으로 걸어 들어간 두 사람이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을 것이다

몇 번의 홍수로 저수지가 넘쳤었다
그동안 빠졌던 산의 바람소리, 실족의 비명 같은 것들과 함께
마을로 떠내려 온 나무가 자랐다
호두가 열리고 호두가 익어 떨어질 시기에 아이들이 한 명씩 태어났다
밤잠 없는 마을의 노인들은
달 밝은 밤, 나무의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의 의견은 치매와 망령사이를 오갔을 뿐이다
텅 빈 허공이 물 깊은 곳으로 자라듯
노인들은 땅 속을 향해 자라고 있을 뿐인 마을
개미들이 무리 지어
저 깊고 푸른 곳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이파리들이 제 잎을 헹구는 시절, 얼마나 오래 빨았으면
저렇듯 초록물이 빠져나왔을까
온 산의 잎의 빨래가 끝나고 그 구정물로
저수지는 온통 초록색이다
낚시하는 저 사람의 낚시 바늘엔 빈 구름만 낚이는데
헛 입질만 받아먹는 곳들을 수심이 깊다

바람이 놀다 가고 노인의 얼굴 주름 같은 물결 주름이 저수지 표면을 걷어가고 있다
생을 헛디딘 익사자의 얼굴을 열던 흰 천
마지막으로 목욕하고 간 익사자들의 저수지 물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물을 먹고 산다
온통 초록 핏줄이 온몸에 돋아난 건 그 때부터다
사람들은 점점 저수지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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