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소감

                            나의 생을 가슴 뛰게 하는 문학, 바로 당신

                                                                                                신보람(문과대ㆍ국문3)

도로는 막힘이 없었습니다. 묵은해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하여 길 위로 여행을 떠난 지 이틀째였습니다. 주천(酒泉)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술이 샘솟는 술샘(酒泉)의 전설이 숨 쉬는 풍류와 낭만의 고장에서 지난 밤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2008년의 결코 짧지 않았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술잔을 스쳐 지나가더군요. 여느 해보다 많이 사랑했고 많이 기뻐했으며 많이 슬퍼한 기억이 납니다. 물끄러미 지난 일 년을 돌아보다, 열정을 다해 순간을 살았으니 그거면 됐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창 밖에 내린 눈이 따뜻한 햇살에 녹아 지붕으로부터 톡-하고 떨어지는 순간 벨이 울렸습니다. 온 몸의 감각이 깨어있는 그러나 정신은 아찔하게 저만치 사라져 있는 숙취 속에서 베개 위를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냈습니다. 가라앉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눈을 떴습니다.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에 녹은 겨울 눈송이들이 산등성이 위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가운데 수상소식을 들었습니다.

2008년의 마지막 밤, 꿈을 꾸듯 지난날들을 떠올려 봅니다. 때로는 욕심이 저를 숨 쉬게 하기도 목을 조르기도 하였고, 저는 주목받고 싶은 아이였지만 또한 그로 인해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 지기도 하였습니다. 우스운 머리를 하고 빨간 잠바를 입고 타박타박 동네를 밟던 어린 시절부터, 머리를 기르고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는 지금까지 문학은 저의 생을 가슴 뛰게 했습니다. 어떤 날들은 가슴이 먹먹해 잠을 잘 수 없었고 어떤 날들은 눈물로 온 뺨을 적시다 잠이 들곤 했습니다. 문학은 저를 그토록 찬란하게 만들고 또한 그토록 비루하게 만들었으나 언제고 또 다시 죽도록 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목련꽃 피고 지던 시절에 글을 적어 선택의 심지에 불을 붙여 원고를 보내던 그 때부터,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심장을 맑게 채울 무언가를. 그리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메말라버린 가슴 한구석에서 장미꽃잎처럼 부드럽게 하나의 봉우리를 틔우는 두근거림을. 그것은 절대 잊혀 지지도 않으며 잊을 수도 없는 종류의 것임을. 문학이 제게 바로 그러한 것임을.

감사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생을 빚고 사랑으로 채워준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 친구들과 연인,
미숙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