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시ㆍ시조 부문 당선소감

                                           시, 그리고 소통

                                                                                                  유시은(상경대ㆍ경제2)

컴퓨터를 켰고 어떤 사람에게 말을 건네려고 했다. 그런데 말 끝이 손 끝으로 흐르고 말았다. 그런 사이들, … 나는 사람들을 너무 많아 만났다.

세상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 보다 어려운 게 또 있을까. 누군가를 계속 챙겨주고 그 누군가에게 다가서서 같이 있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세상 어떤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려운 일이란 것을 요즘 부쩍 느낀다. 단지 나만 좋다고 내 감정에 충실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 그것은 그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건 <소통의 문제>이다. 그래, 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소통을 잘하고 있는가. 나 혼자 미쳐서 사랑이란 감성에 나를 가둬두고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아닌가. 혼자만의 착각 속에, 매너리즘에 빠져서 내가 만든 틀 속에 나를 꽁꽁 숨겨 놓는 것은 또 아닐까.

생각해 보면 내게 있어서 詩를 쓰는 행위가 사랑을 하는 행위랑 너무 많이 닮아 있다. 바깥에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했다면 원고지 속에서는 나와 세계 사이에서 무척이나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곳을 탈피하고 싶었고 내 옆에서 울고 있는 이들에게 나의 때탄 소맷자락을 빌려 주고 싶었고, 수없이 많은 질문 속에서 알 수 없는 끓어오름으로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다. 詩로써 나는 소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한동안 외톨이가 되기도 했었는데 외로울 때마다 메모포켓에 자의식적인 글들을 끄적이면서 시가 되지 못한 글자들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었다. 그러다가 포켓 속 글들은 꺼내어 건축을 하듯 시를 썼고, 손가락에 볼펜코가 박히도록 수도 없이 고치고 또 고쳤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왔고 내게서 떠나갔다. 다가온 사람은 내게 없던 기쁨을 심어 주었고 멀어진 사람은 내게 없던 상처를 던져 주었다. 기쁨과 상처가 글자가 되어 내 주위를 맴돌았고 그 중 몇 개의 글자를 붙잡아 두고 나는 종종 밤을 새웠다.

그렇게 오랫동안 걸어왔지만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있다. 앞으로 더 멀리 돌아야 할 길이 내 앞에 와 있다.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지만, 나는 정작 수상소식을 알리고 싶은 사람에겐 문자 한 통 보낼 용기조차 없었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나를 웃게 해서 고마운 사람들, 나를 아프게 해서 고마운 사람들, 늘 곁에 있어서 고마운 사람들… 모두 모두 고맙다. 지금보다 더 용기를 내서, 더 오래 오래 함께 기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아직 여물지 못한 시를 꼼꼼히 읽어주신 안도현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열심히 더 아프게, 또 사람을 사랑하는 만큼 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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